2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2.57% 오른 4,042.83에 거래를 마쳤다. 6월 20일 3,000선을 넘어선 지 4개월, 이달 2일 3,500 고개에 오른 지 한 달도 안 돼 ‘사천피’에 도달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증시와 비교해도 훨씬 뜨거운 상승세다. 한국 증시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에서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증시의 파죽지세는 인공지능(AI)발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미국의 금리 인하, 정부의 증시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의 호재가 함께 맞물린 결과다. 특히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의 업황 회복 효과가 컸다. 27일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10만 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도 50만 원대에 안착하는 등 시가총액 1, 2위 기업이 쌍끌이로 시장을 견인했다.
미중 무역갈등의 봉합 가능성이 커지고,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외부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온 점도 상승세의 핵심 요인이다. 외국인은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에서 17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정부의 강한 증시부양 의지, 부동산 수요 억제 등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밀려든 것도 호재가 됐다.
증시 상승세는 반갑지만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시장의 온기가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에만 극심하게 쏠려 있다는 게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코스피가 3,000을 넘어 4,000까지 가는 동안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더 많아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수출의 키를 쥐고 있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약달러 추세 속에서도 원화가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외국인 수급이 계속될지도 변수다.
최근 주가 상승세는 구조적 상승이라기보다는 유동성과 투자심리에 기댄 측면이 더 크다. 기업 실적 회복과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국 증시의 안정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정부는 단기 주가 상승을 경제성적표로 오해하지 말고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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