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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조희대 이석 막고 초유의 질의 강행

Posted October. 14, 2025 07:12   

Updated October. 14, 2025 07:12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회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감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90분간 허용하지 않으면서 질의를 강행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국민의힘은 “감금 질의”라고 반발하며 이재명 정부 첫 국감부터 난장판이 이어졌다.

이날 국감에선 민주당 6선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개의 직후 관례대로 인사말을 하러 출석한 조 대법원장을 면전에서 직격하면서 시작됐다. 추 위원장은 증인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조 대법원장을 바라보며 “이번 국회 출석과 관련해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는 관례를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삼권분립 체제를 갖고 있는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회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배경이 대선 직전인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선고한 과정을 따져 묻기 위한 것인 만큼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는 취지다.

하지만 추 위원장은 인사말 직후 조 대법원장을 이석시키지 않고 증인 대신 참고인 신분으로 곧장 질의를 진행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법원장은 국감에서 인사말을 한 후 자리를 옮겼다가 끝날 때 마무리 인사를 하는 식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받지 않는 관례를 깨뜨린 것.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청하려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발언을 막기도 했다.

첫 주자인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의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주장하며 조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합성사진을 들어올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이른바 ‘대선 전 4인 회동설’과 관련해 “한 전 총리를 만난 적 있느냐”, “제1야당 후보 사건을 군사작전 같은 속도로 처리했는데 옳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조 대법원장은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다 정회 시간 자리를 떴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을 이런 식으로 감금해 진술을 압박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 위원장의 일방적인 국감 진행에 항의하며 위원장석을 둘러싸자 추 위원장이 국회 경위를 호출하는 등 아수라장이 90분동안 이어졌다.


조동주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