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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일장기 지운 보도, ‘8월의 독립운동’ 선정

손기정 일장기 지운 보도, ‘8월의 독립운동’ 선정

Posted August. 01, 2025 07:16   

Updated August. 01, 2025 07:16


일제강점기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 부위에 그려진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한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 사건’이 ‘8월의 독립운동’으로 선정됐다고 국가보훈부가 31일 밝혔다.

일제는 3·1 만세운동 이후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글 신문을 허가했다.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문화정치’의 일환이었다. 조선총독부는 사전 검열로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이런 조치는 1930년대 중반 중일전쟁이 확전하며 더 강화됐다.

1936년 8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종목에서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동아일보는 그해 8월 13일자 기사에 시상식 사진을 실으면서 두 선수의 가슴 부분에 있던 일장기를 흐릿하게 보이도록 삭제했다. 이어 8월 25일자 기사에서는 손기정 선수의 가슴팍에 그려진 일장기를 완전히 삭제한 사진을 보도했다. 1차로 원판 사진에 물감을 칠해 일장기를 지웠지만 그 흔적이 남아 있자 동판에 현출된 사진에 청산가리 농액을 사용한 아예 말소한 것.

이 사건으로 일제 조선총독부는 동아일보의 발매·배포를 금지한 데 이어 무기정간 처분을 내렸다. 다수의 기자가 연행됐고, 그해 말까지 동아일보 송진우 사장과 장덕수 부사장, 김준연 주필, 설의식 편집국장 등이 신문사를 떠났다. 인촌 김성수는 소유 주식을 모두 내놓아야 했다. 신동아와 신가정 등 동아일보에서 내던 두 잡지는 강제 폐간됐다.

일장기 말소 의거를 주도해 옥고를 치른 이길용 기자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았다. 보훈부는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출한 언론인들의 목소리였고, 일제의 강압적 통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