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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음 타깃은 北?

Posted June. 23, 2025 07:45   

Updated June. 23, 2025 07:45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초대형 벙커버스터(GBU-57)’ 등으로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에 대한 폭격을 전격 강행하면서 일각에선 다음 타깃이 북한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북한에 대해서도 ‘선제 타격’을 공개 검토했던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도 바짝 긴장하고, 러시아 등을 통해 관련 사태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3∼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는 F-117 폭격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등으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폭격을 적극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전면전에 가까운 확전과 막대한 인명 피해 등을 우려해 포기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대북 폭격 시 개전 90일 이내 미군 5만 명, 한국군과 민간인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핵실험으로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2017년 군사옵션을 검토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상징적인 핵시설 일부를 정밀 폭격하는 이른바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제한적 선제타격)’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 핵시설을 파괴한 점에서 북한에 의미심장한 경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가공할 위력의 전략무기로 이란 핵시설 제거에 성공한 선례가 향후 북-미 핵협상에서 대북 압박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북한과 이란은 상황이 달라 미국이 직접 폭격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이란 주요 핵시설은 직선으로 약 1500∼1700km가량 떨어져 있지만 서울과 북한의 영변·강선 핵시설 간 거리는 약 270km에 불과하다.

두 핵시설에서 동북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평택미군기지) 간 거리도 약 300km에 그친다. 미국의 북핵 시설 폭격 시 북한은 짧게는 수십 초, 길게는 수분 내에 서울과 평택미군기지 등에 대규모 포격 등 보복이 가능하다. 북한은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등으로 시간당 최대 수만 발의 로켓과 포탄을 한국에 퍼부을 수 있다. 저고도 방공 체계인 ‘아이언돔’까지 갖춘 이스라엘보다 방공망이 약한 한국은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

또 북한은 이미 최대 50기로 추정되는 핵탄두를 보유했고, 비밀 핵시설을 곳곳에 만든 데다 각종 투발 수단(미사일)까지 개발 배치한 상태다. 미국의 북핵시설 폭격을 정권 위기로 보고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고, 미국이 다시 핵 보복으로 맞받아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여러 차례 지칭하면서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대북 군사적 카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북핵시설 선제 폭격을 용인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핵 능력은 군사적 수단으로 제거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이 ‘제2의 북핵’으로 발전하기 전에 칼을 빼 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