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한국을 새로 추가한 것으로 15일(현지 시간) 공식 확인됐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올 1월 초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 이에 따라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에 일부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에너지부(DOE)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올 1월 초 한국을 SCL의 가장 낮은 등급인 ‘기타 지정국’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목록에 포함된 게 반드시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한국과의 양자과학 및 기술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고,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CL을 관리하는 미 에너지부는 국가안보·핵 비확산·지역 불안정·경제안보 위협·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해 왔다. 여기에선 북한, 이란 같은 반미 국가들을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했다. 또 중국 러시아 대만 이스라엘 인도 등은 테러지원국이란 표기없이 SCL에 포함시켜 왔다. 다만, 이 나라들이 한국처럼 기타 지정국인지 그보다는 윗 단계로 분류돼 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예정대로 다음 달 15일 SCL이 발효되면 미 에너지부 산하 시설을 방문하거나, 원자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교류 등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미 에너지부는 에너지 산업, 핵연료, 핵무기, 전략비축유 등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다. 1977년 설립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업을 이어받아 핵무기 관련 정책도 수행한다.
미 에너지부의 설명처럼 한국은 북한 등과 달리 경계 수위가 낮은 기타 지정국에 포함돼 다음 달 발효가 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과학기술 협력 등이 중단되는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맹인 한국을 SCL에 넣은 것 자체가 양국의 신뢰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미측이 사전 상의도 없이 생각지도 못했던 명단에 우리를 포함해 거론하는 자체가 다소 불쾌한 상황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미국이 SCL에 한국을 포함한 경위를 파악하는 동시에, 다음 달 발효 전 SCL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외교 총력전에 나설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 주 미국을 찾아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가 안팎에선 미국이 한국을 SCL에 포함한 지 두 달이 넘었음에도 정부가 관련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외교적 대응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