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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 송몽규 작품, 北서 수색당해 태워"

"큰아버지 송몽규 작품, 北서 수색당해 태워"

Posted March. 06, 2025 07:40   

Updated March. 06, 2025 07:40


“큰아버지(송몽규)가 쓰신 글이 우리 집에 한 보따리나 되었대요.”

독립운동가 송몽규 선생(1917∼1945·사진)의 조카 송시연 씨(56)는 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송 씨의 아버지는 윤동주 시인 사촌인 송 선생의 14세 터울 동생 송우규(1931∼2008)다. 함경북도에 살던 송 씨는 북한을 탈출해 2007년 한국에 왔다. 그는 “한 보따리나 되는 큰아버지 글들을 할아버지가 장롱 깊숙이 숨겨 보관했다”며 “하지만 수시로 가택 수색을 당하자 결국 태워 없앴다”고 했다.

“물론 나쁜 말은 없지만 북한에선 코에 걸면 코걸이니까요. 할아버지께서 ‘혹시 잘못 걸리면 남은 자식들 앞날에 해가 되겠다’ 싶어서 태우셨다고 들었어요.”

송 씨는 중국에서 북송을 2번이나 겪는 등 3년간 떠도는 와중에도 송 선생의 중학교 앨범과 사진을 품에 간직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로부터 일찍 돌아가신 큰아버지 얘길 자주 들었다고 한다. 송 씨는 “큰아버지는 똑똑하고 말도 잘했다고 한다”며 “일본 유학 갈 때도 ‘승낙을 안 하시면 자결하겠다.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길 거 아니냐’며 할아버지를 설득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선 학창 시절 윤동주의 시를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중국에 가서야 윤 시인의 여동생 윤혜원 여사가 시집을 보내줘 처음 읽게 됐다.

“‘별 헤는 밤’을 그때 처음 읽고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나’ 싶었지요.”

송 씨는 7일 큰아버지인 송몽규 선생의 서거 80주기를 맞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윤동주기념관에서 열리는 헌화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소민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