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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속 혐오 짙어진 양극화… 민주주의 좀 먹는다

비상계엄 사태 속 혐오 짙어진 양극화… 민주주의 좀 먹는다

Posted February. 11, 2025 07:45   

Updated February. 11, 2025 07:45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달 22, 23일 인터넷 웹조사 방식으로 일반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극화 인식조사는 12·3 비상계엄 이후 드러난 정치 양극화와 갈등의 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민주당에게 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을 매겨 “민주당이 싫다”고 한 응답자는 54.1%였다. 특히 호감도가 10점도 안 되는 ‘대단히 싫다’ 응답한 25.7%였다. 반대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싫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8.8%에 이르렀다. 이 중 40.0%가 ‘대단히 싫다’는 응답이었다.

이같은 정치 혐오, 정당 혐오 정서는 이 연구소의 4년 전 조사와 비교할 때 정도가 더 심해졌다. 국민의힘 지지자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대단히 싫다’는 응답이 58.8%에 달했는데, 4년 전 50.5%보다 커졌다. 또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69.0%가 국민의힘을 ‘대단히 싫다’고 답했다. 4년 전 40.8%보다 크게 늘었다.

이번 조사는 나라가 둘로 쪼개져 최악의 혼란에 빠진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에 가깝다. 특히 사회의 기둥인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공격이 이어지면서 신뢰가 저하됐고, 상대 정파 혐오감을 키웠다. 62명이 구속된 서울서부지방법원 습격에 이어 ‘헌재 난동’ 모의 정황까지 등장했다. 말과 구호로 비판하던 과거 방식을 벗어나 물리력 행사가 등장한 것은 경고 단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헌재 재판관 8인에게 경찰 경호가 강화됐고 실탄까지 지급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일부 유튜버 뿐만 아니라 책임있는 정치인조차 헌법재판관들의 이력을 거론하며 재판관을 특정 정파의 일원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 헌법을 해석하고, 국가기관 정치 행위의 당·부당을 판단하는 헌재의 권위와 신뢰는 저하됐다. 사회의 근간흔들기로 이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 지도자들이 사회통합이란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따지는 행위도 양극화와 정치 혐오에 책임이 크다. 윤 대통령은 계엄 이후 극렬 지지자들을 “애국시민”으로 부르며, 한 정파의 지도자처럼 행동했고, 이젠 옥중정치에 빠져 있다. 압도적 국회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정치도 무책임하긴 매한가지다. 대통령 탄핵 전에는 정치실종의 1차 책임이 대통령과 여당에 더 컸다면, 이젠 제1당인 민주당이 책임정치에 나설 때다. 탄핵 이후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것은 대통령 그늘에서 반대만 하면 됐던 과거의 일까지 평가받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부터 2,3개월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와 후폭풍으로 지금보다 더 한 혼란이 예상된다. 더 없이 정치력 발휘가 필요한 때다. 이럴 때일수록 누가 리더인지 정치꾼인지 가려지기 마련이다. 누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지, 좀 먹게 하는지도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