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출국 금지 등 계엄 사태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대화 상대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면서도 “한국의 정치적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국 국가수반이란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현재의 혼란이 법치주의에 따라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우리가 목도한 것처럼 (민주주의의) 시험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시기에 이는 가장 진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어려운 과정을 통해 민주적 회복력을 얻었고,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것도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요 외신은 한국이 리더십 공백으로 전방위적 피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 출국 금지에 대해 “한국이 리더십 공백에 빠졌다”며 “한국인들은 누가 통치하는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국정운영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며 “여당의 조치 등은 권력다툼의 일환이며, 법적으로도 모호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안보 분야 등에서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방산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무기 수출은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면 장기적으로 수출 계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 방산 현장을 둘러보려 했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국방 협력에 관심이 컸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 취소를 사례로 들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내정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아끼고 있지만, 주요 언론은 연일 한일 관계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사설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윤 대통령이 한 역할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개인적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성도 부각됐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국 내 갈등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당분간 움직이기 어렵게 됐다”고 짚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 “한국의 고통스러운 시기라는 정치적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장기적으로 정상 외교가 마비되는 등 외교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문병기특파원 weappo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