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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대통령 회견선 美처럼 ‘릴레이 설전’ 불가능

韓대통령 회견선 美처럼 ‘릴레이 설전’ 불가능

Posted May. 11, 2024 07:58   

Updated May. 11, 20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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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짐 아코스타 CNN 기자의 기자회견 설전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아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역력하게 내비친 이민자 이슈를 끈질지게 질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만하면 됐다(That’s enough)” “앉으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다른 언론에 질문을 넘기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질문을 던졌다. 한 백악관 인턴이 그의 마이크를 뺏으려고 시도했지만 이를 저지하고 말을 이어갔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한 질문자가 각각 1명에 불과했다. 최근 불거진 ‘비선 논란’ 등 일부 핵심 이슈들에 대한 질문은 아예 없었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계기로 또다시 ‘맥 빠진’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이런 기자회견 관행은 사실 쭉 이어져 왔지만 이제라도 형식에 얽매이는 기자회견이 아닌,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 기회가 보장되는 회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기자회견이 기자와 대통령 간 설전이 불가능한 형식인 데다 ‘짜인 각본’대로 이뤄진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도 추가 질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72분 동안 총 20개의 질문을 받았지만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은 단 1건이었다.

기자회견에서 분야별 질문을 다 받다 보니 정작 관심 현안에 대한 질문은 충실하게 이뤄지지 못한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21개월 만에 열린 만큼 이벤트화된 회견으로 형식에 얽매여 실질적 소통이 안 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질문에 대한 즉답이 없이 회피하거나 초점이 다른 답변을 했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