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지는 의대 광풍과 ‘킬러 문항’ 없는 수능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대학을 다니다 입시에 재도전하는 ‘반수생’이 역대 최대인 9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지난해보다 8500명 늘어난 규모다. 반수생 증가에 따른 대학 및 학과 간 연쇄 이동을 감안하면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는 신입생 3명 중 1명 꼴로 1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내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소식에 대학생은 물론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의대 열풍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반수생은 대학 입학 후 1학기를 다니다 2학기 때 휴학하고 수능 준비를 하는 1학년 학생들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지금은 2, 3학년들까지 쉬워진 의대 진학의 기대감에 반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당장 내년 입시가 아니라도 멀리 내다보고 대학 수업은 비대면 과목으로 골라 듣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수능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까지 서울 노량진의 재수학원 주말반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의사 면허를 받아 개원만 하면 정년 없이 연봉 3억원을 벌 수 있으니 N수에 따른 기회비용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일 것이다.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 인재 양성 시스템은 이미 작동 불능 직전까지 간 상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된 서울 반도체학과 4곳의 올해 합격자 등록 포기율이 정원의 150%를 넘었다.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고 추가 합격자 중에서도 절반이 포기했다는 뜻이다. ‘이공계 꿈나무’들이 진학하는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과 포스텍에 다니다 그만둔 인원이 5년간 1105명에 달한다. 최근 4년간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다니다 의대 진학 등을 위해 그만둔 학생 수가 319명으로 그 이전 4년간보다 63% 늘었다. 평범한 개원의가 3억 원 버는 동안 이공계에서 성공한 ‘나로호 박사’는 9600만원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202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전 과목을 문이과 구분 없이 치르게 되면 인문계 학생들까지 의대 광풍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좇아 한 방향으로만 달리는 사회에 활력이 있을 리 없다. 첨단 기술분야 인재 양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 계획엔 지역 간 진료 과목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과 함께 의대 쏠림을 바로잡아 사회적 비용을 낮출 대책도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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