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을 ‘잃어버린 5년’으로 규정하고 “지난 5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도중 ‘비속어 논란’에 대해 공세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선 “정상 외교에 나선 대통령을 향해 마구잡이식 흠집 내기를 넘어 저주와 증오를 퍼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치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의미로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과 더불어민주당 당색인 파란색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나온 정 위원장은 이날 35분간의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5년의 실패 사례’로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율 급락, 탈원전에 따른 에너지 부담 증가, 국가채무 급증, 한미동맹 약화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5년 만의 정권 교체는 반성 없는 내로남불 정부를 심판하고 궤도를 이탈해 퇴행하는 대한민국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망국적 입법 독재”라고 비판하면서도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만남 가능성은 열어뒀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 대표가 언제든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회담의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협치만 제대로 될 수 있다면 여당 대표 패싱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143일을 “과거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치열한 분투의 시간”에 비유하며 생계비와 각종 규제, 국가채무와 복지 등에 대해 실효적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임기 말까지 국가채무 비율을 50% 중반으로 억제하고, 내년 약자복지 예산을 올해 대비 8조7000억 원 늘린 74조4000억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재건축 규제 개선과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추진도 재차 강조했다. 영남 호남 세종충청 강원 제주 등 5개 권역에 대기업 중심의 산학연 클러스터를 설치하는 융합형 신성장 경제특구 구축을 정부와 야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기자 출신인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발언이 미국을 겨냥한 거라고 최초 보도한 MBC를 두고 “우리나라 언론사가 국기문란 보도를 자행했다”며 “언론의 기본 윤리와 애국심마저 내팽개친 망국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조동주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