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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죽비’ 맞고 50일 지나도록 정책 갈피조차 못 잡은 與

부동산 ‘죽비’ 맞고 50일 지나도록 정책 갈피조차 못 잡은 與

Posted May. 27, 2021 07:26   

Updated May. 27, 20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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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재·보궐 선거로 확인된 성난 민심을 반영하겠다며 부동산 정책 보완을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주요 현안에 대해 결론을 낸다. 하지만 선거 후 한 달 반이 지났는데도 여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재산세 문제만 의견일치를 봤을 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의총의 토론에 붙이겠다고 한다.

 일단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을 공시가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높이고 6억∼9억 원 구간 세율을 낮추는 데에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한도를 공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은 검토 중이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대 쟁점인 종부세는 과세기준을 공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안, 부과대상을 상위 1∼2%로 좁히는 안 등이 논의됐지만 친문 강경파들의 강한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결론 없는 논의가 길어지면서 ‘보유세 폭탄’이 선거 패인이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던 여당의 부동산 정책 수정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재산세 뿐 아니라 종부세, 양도세 완화 필요성을 역설한 송영길 대표,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에 대해 강경파들은 “국민 96%는 종부세와 아무 상관없다(설훈 의원)”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강병원 최고위원)”면서 현상 유지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정책기조 유지’를 위해 종부세 등의 대폭 완화에 반대하는 쪽이다. 정부 여당이 집값, 세금을 기준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부동산 정치’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 갑론을박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는 종부세, 양도세 등 의견이 모이지 않는 사안들은 연말까지 여론을 봐가며 결정을 미뤄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재산세 확정 시점을 고려해 “6월 1일 이전에 모두 끝내겠다”던 특위 출범 당시의 다짐이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큼 심판을 받았다”며 실패를 자인한 부동산 문제를 여당이 “우리가 주도해 풀겠다”고 했다면 지금까지와 확연히 다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투기세력만 때려잡으면 해결된다”는 순진한 발상에 기초했던 정책의 과오를 근본부터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대감만 키워놓고 또다시 어정쩡한 해법을 꺼내 놓는다면 더욱 매서운 매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