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간 이견 조율 실패, 北•中오판과 美방관 부른다

　한미는 18일 ‘2+2(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중국·북한에 대한 이견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양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중국’ ‘비핵화’ 같은 한반도와 동북아 현안의 핵심 단어들이 빠진 동맹으로서 원론적인 상호 공약들을 담았다. 하지만 공동기자회견은 달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강압적 중국’과 ‘압제적 북한’을 거침없이 비난했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북-미 협상 재개를 주문했다.

　이런 ‘말 따로, 글 따로’ 회담 결과는 일단 서로 다른 처지와 생각을 양해한다는, 앞으로 맞춰 가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 한미가 긴밀한 공조 아래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좀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드러난 현격한 견해차도 그렇지만 그걸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한 방식을 보면, 그저 문서에는 ‘좋은 게 좋다’고 쓰되 각자 말은 따로 하자고 합의라도 한 것처럼 비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은 아시아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포위망 구축을 최우선 정책으로 정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 노선에 맞선 중국의 정면대응도 만만치 않다. 양측은 어제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외교회담 첫 만남부터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미중 대결은 이제 정면충돌 코스로 들어서며 격렬한 패권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런 변화에도 한국의 관심은 당장의 남북관계 관리에만 온통 쏠려있다. 미중 대결은 으레 북-중 밀착을 낳았고 북핵 해결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북한은 벌써 그런 대결 분위기에 편승해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내몰았던 4년 전 전략도발 사이클을 재가동할 태세다. 대남 도발 협박에 이어 장거리미사일 도발 움직임까지 노출하고 있다. 미국과 대결하는 중국이 그런 북한의 도발을 억누르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의문이다.

　미중 대결이 격화되고 북한이 도발을 꾀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한미 공동의 대응은 절실하다. 따라서 앞으로 몇 주 안에 나올 대북정책은 약속대로 ‘완전히 조율된 전략’이어야 한다. 이번에도 ‘이견 없음’이라 쓰고 각자 딴소리하는 식이라면 당장 한미는 곳곳에서 엇박자를 드러내면서 북한과 중국의 오판을 부추길 것이다. 나아가 위기가 닥쳤는데도 미국이 방관하면서 동맹은 ‘작동 불능’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전혀 상상 밖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