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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개최 준비하는 도쿄 올림픽,커지는 우려

정상적 개최 준비하는 도쿄 올림픽,커지는 우려

Posted December. 02, 2020 07:32   

Updated December. 02, 202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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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대로 열린다면 앞으로 딱 233일 남았다. 내년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내에서도 규모 축소, 대회 취소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꿈쩍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도쿄를 찾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만난 뒤 “경기장에 관중이 들어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올림픽에 대비해 프로야구 관중을 80% 채우는 ‘코로나 실험’까지 나선 일본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컸지만 IOC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바흐 위원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만나서는 “당신이 슈퍼마리오 분장으로 올림픽 경기장 한가운데에 나타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어떤 의상을 입고 나올지 상상하고 있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서 직접 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타나 차기 개최지 도쿄를 소개한 퍼포먼스를 언급하며 ‘내년에도 기대하겠다’고 한 것. 아베 전 총리는 “어떠한 좌절을 겪어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높은 품격을 기리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올림픽 취소 결정이 쉽지는 않다. 선수들의 오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또 앞서 투입된 건설·운영비 등 일본이 최대 51조 원의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제 도약을 위해 유치한 올림픽이 불황으로 가는 입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올림픽을 통해 얻으려 했던 또 다른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그것은 바로 내년 10년을 맞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더 정확하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끔찍한 악몽을 털어내고 일본의 재건 성공을 대외에 알리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도쿄 올림픽을 “동일본 대지진을 딛고 부흥을 이뤄 낸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고 공언해 왔다.

 올림픽은 종종 스포츠나 경제적 이익 이상의 지향점을 갖곤 한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이런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목표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었다. 보통 개회 선언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하지만 당시엔 히로히토 일본 국왕이 개회 선언에 나섰다. 전쟁을 이끌며 주변국에 큰 상처를 줬던 일본 국왕이 전쟁 항복 선언 1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당시 마지막 성화 봉송은 ‘원폭 소년’이라고 불린 히로시마 출신 선수가 맡기도 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악몽을 떨쳐내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의 성화 봉송은 ‘후쿠시마 J 빌리지’에서 시작하는데 이곳은 당시 원전 사고 수습의 전진기지였다. 올림픽의 첫 경기인 일본과 호주의 소프트볼 경기도 후쿠시마에서 열린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통해 일본인의 머릿속에 남은 전쟁이나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를 씻어내려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전쟁이나 방사능 오염은 일본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큰 피해를 줬거나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은 아직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막 전에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들어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제 기준에 맞춰 오염수를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안전성 논란은 여전하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를 밀어붙이고 오염수 방류 등을 실행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올림픽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이 될 수 있고, 충분한 안전성 검증 없는 오염수 방출은 해양 재앙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이나 백신 효과 여부에 따라 올림픽 개최나 운영 방법도 유동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제 평화와 화합 증진’이란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