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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없이 대출만 조인 부동산 대책, 현금 부자만 집 사란 건가

공급 없이 대출만 조인 부동산 대책, 현금 부자만 집 사란 건가

Posted December. 17, 2019 07:39   

Updated December. 17, 20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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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어제 금융 세제 청약제도 등을 망라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최고 4%로 올리고, 15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는 대출을 아예 금지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한번 주택 청약에 당첨되면 최대 10년간 재당첨을 금지하는 등 청약 규제도 강화했다. 작년 9·13 대책 이후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이다. 그러나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이 없고 대출은 줄여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질까 우려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투기 수요는 억제하고 실수요자에게는 공급을 늘려 줘야 한다.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올리고, 집을 내놓도록 촉진하기 위해 일정기간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유예기간은 6개월인데 다주택자가 집을 팔기에 너무 짧다. 정부는 조급함을 버리고 1∼2년 정도의 기간을 주면서 꾸준히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가 주택에 대해 대출을 꽁꽁 묶으면 현금 부자만 이익을 볼 수 있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이 8억 8000만 원인데 9억 원 이상을 고가 주택이라며 대출을 줄이면 중산층과 청년층은 아예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인가.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한번 청약에 당첨되면 최장 10년 간 재당첨을 금지한다는 대책도 이미 점수제인 청약시장에서 무주택 15년이 되어야 최고점을 받을 수 있는데 청약 경쟁률만 낮추려는 탁상행정이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96% 라지만 낡아서 멸실될 주택이 많고 시민들이 살기 원하는 신규 아파트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공급을 틀어막기만 할 게 아니라 서울 안에서 재건축 재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해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1000조 원 넘게 풀려 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전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까지 볼 필요가 있다.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기업이나 벤처 투자, 금융상품 등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신뢰를 많이 잃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도 듣지 않으면 내년에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시장에 내성만 키울 우려가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꼼꼼하게 보완하기 바란다.


신연수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