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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클래식 한류’... 세계 무대 흔드는 2030 작곡가들

또 하나의 ‘클래식 한류’... 세계 무대 흔드는 2030 작곡가들

Posted July. 20, 2018 07:52   

Updated July. 20, 201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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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 이름을 알린 국내 연주자는 적지 않지만 작곡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정상급 교향악단의 무대에 작품을 올린 작곡가는 진은숙 정도가 유일하다. 이런 한국 작곡계에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국제적 감각을 갖춘 젊은 작곡가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선두 주자로는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신동훈(35)이 꼽힌다. 2010년 제1회 국제작곡콩쿠르에서 공동 우승한 뒤 2016년 영국 로열필소사이어티가 뽑은 올해의 작곡가에 선정되며 ‘제2의 진은숙’으로 주목받고 있다. 명문 악단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와 협연하는 등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2014∼2016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로 활동한 김택수(38)와 프랑스 명문 악단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최근 작품을 초연한 정진욱(25)도 주목받는 유망주다. 지난해 나란히 제71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부문 1위와 제1회 바젤 작곡 콩쿠르 3위에 오른 최재혁(24)과 최한별(37), 2015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 작곡 2등에 오른 이성현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는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20, 30대 작곡가만 10여 명에 이른다”며 “외적지표를 근거로 볼 때 2030 작곡가들의 약진은 분명히 눈에 띈다“고 했다.

 이들의 선전 요인은 10여 년 전 도입된 작곡가 지원 제도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6년 서울시향이 ‘서울시향 작곡 마스터클래스’를 도입한 뒤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한국창작음악제’, 코리안심포니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상주작곡가 제도 등이 생겨났다. 서울시향 작곡 마스터클래스 출신인 신동훈은 “마스터클래스는 작곡가가 자신이 쓴 곡의 소리조차 들어보기 힘든 현실에서 무척 소중한 기회였다. 유럽에서 곡을 위촉받으며 활동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유학 뒤 학계에 자리 잡은 40, 50대 작곡가들이 후배들의 성장을 이끈 측면도 크다. 이들은 해외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으로 ‘팀프앙상블’ ‘소리앙상블’ 등을 만들어 현대음악의 저변을 넓혔다. 2000년대 중반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자리를 잡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작곡계의 전반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최한별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도 해외 콩쿠르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유튜브나 SNS로 다양한 현대 곡을 접하게 된 것도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설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