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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태권도 대부’ 이준구 별세…향년 86세

‘美 태권도 대부’ 이준구 별세…향년 86세

Posted May. 02, 2018 08:17   

Updated May. 02, 20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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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액션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의 스승이자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한인으로 꼽히는 이준구(미국명 준리) 씨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매클린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이 씨의 공식 홈페이지 ‘준리닷컴’에 따르면 1932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이 씨는 일제강점기 꽃을 피우지 못하던 태권도가 1945년 광복 뒤 본격적으로 전파되면서 태권도에 흥미를 느껴 입문했다. 15세 때 서울로 유학을 온 그는 작은 가게 점원이던 아버지 몰래 ‘청도관’에서 태권도를 배웠다. 몸집이 작아 학교 폭력에 자주 시달리던 그는 태권도를 배우며 자신감을 키웠다.

  ‘열혈 태권 소년’으로 성장하던 그는 고등학생 때 광복 뒤 처음으로 국내에서 상영된 미국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몰래 들어갔다가 스크린에 나타난 금발 미녀 배우를 보고 “금발인 여성과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 나름의 ‘아메리칸 드림’이 싹튼 순간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생계를 위해 태권도를 가르쳐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또래 친구들보다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이유다. 그 덕에 1950년 6·25전쟁 발발 뒤 미국 통역병으로 일하게 됐고 이어 군 간부후보생들을 가르치는 태권도 사범도 됐다. 전쟁 뒤엔 공군 교육에 힘쓰다 미국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해 1956년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1962년 워싱턴에 도장을 세우고 태권도를 가르치며 ‘태권도 대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의회에 도장을 설치하고 상·하원 의원 300여 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톰 폴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준리는 수많은 미국 정치인들을 가르쳐 미국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했다. 이 씨는 리샤오룽을 가르치며 유명해졌다. 리샤오룽의 제안에 따라 1973년 홍콩에서 제작된 영화에서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운동 조직의 리더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다.

 워싱턴시는 2003년 6월 28일 그가 40년간 태권도를 가르친 공로를 기려 ‘이준구의 날’을 선포했다. 미 정부는 2000년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 중 한 명으로도 그를 선정했다.

 그는 약 7년 전 대상포진 때문에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부인 테레사 리 여사와 지미 리 메릴랜드주 특수산업부 장관 등 3남 1녀가 있다. 영결식은 5월 8일 오전 11시 매클린 바이블 처치에서 열린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