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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탄저균 반입, 미 국방 사과로 그칠 일 아니다

살아 있는 탄저균 반입, 미 국방 사과로 그칠 일 아니다

Posted June. 01, 20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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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그제 싱가포르에서 가진 한민구 국방부장관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살아 있는 탄저균이 배송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카터 장관이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당연하다. 그러나 카터 장관이 사과했다고 미국이 한국에 사전 통보 없이 치명적인 탄저균을 반입한 것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탄저균을 비롯해 한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물질을 미군이 반입하는 과정에 대한 통제와 관리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확실히 짚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탄저균 표본 실험은 처음이었고 독극물과 병원균 식별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 언론은 유타주 더그웨이 프루빙 그라운드라는 생화학병기실험소에서 작년 3월부터 1년이 넘게 미 9개 주 18개 민간, 대학 실험실과 주한미군기지 한 곳에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의혹이 남지 않게 진상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탄저균 실험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오산 기지에서 어떤 실험과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지 한국은 주권국으로서 마땅히 알아야 한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주한미군이 위험물질을 반입할 때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주한미군은 그동안 반입한 탄저균 표본이 비활성화 상태였다는 이유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한미군은 이번에 국제 택배회사인 페덱스를 통해 탄저균 표본을 받았다. 하지만 SOFA는 미군에 탁송된 군사화물에 대해선 세관 검사를 하지 않아 정부는 미군이 임의로 위험물질을 들여오더라도 파악하기 어렵다. 한미가 이번에 긴급 가동한 SOFA 합동위에서 진상 조사를 하는 것과 별개로 SOFA 규정 자체에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탄저균은 100kg을 살포하면 최대 300 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북한이 보유한 5000t의 생화학무기에도 탄저균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현실적으로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탄저균이 우리 정부도 모르게 반입된다면 한미동맹이 건강하게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탄저균 외에 다른 생화학무기의 원료도 반입 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