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없었다.
원정 대회 사상 첫 8강에 도전했던 축구 국가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대회를 마쳤다.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 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1명이 퇴장당해 10명이 싸운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조별리그 성적 1무 2패(승점 1)가 된 한국은 H조 4개 나라 중 최하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1998년 프랑스 대회(1무 2패) 이후 16년 만이다.
경험, 개인 기량, 준비할 시간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5.9세로 역대 월드컵 대표팀 중 가장 적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 중 월드컵을 경험해 본 선수는 골키퍼 정성룡을 포함해 5명뿐이었다. 한국이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 우왕좌왕할 때도 그라운드에서는 팀을 추스르는 경험 많은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대표팀은 조직력뿐만 아니라 개인 기량도 상대 팀들에 비해 많이 뒤처졌다. 일대일 돌파 능력이 크게 떨어졌고 그동안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꼽혀온 스피드와 체력에서도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한국영은 가장 큰 차이는 개인 기량과 골 결정력이었다고 했다. 기성용도 우리는 상대 수비를 돌파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소속 팀에서 개인 기량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이 끝난 지난해 6월 최강희 감독에게서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 감독이 대표팀을 조련할 시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았던 것도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준비 기간이 넉넉하지 않았던 홍 감독은 빠른 시간 안에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런던 올림픽 등에서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어린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이런 선택은 결국 대표팀의 경험 부족으로 이어졌다. 구자철은 (지역) 예선 때부터 선수들이 함께했던 시간이 더 길었더라면 확실히 더 단단한 팀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이날 한국이 벨기에에 패하면서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일본 이란(이상 1무 2패) 호주(3패) 등 아시아 쿼터 4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상파울루=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