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총리 등 신사참배 강력 항의 윤병세 외교 26일 방일전격취소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일관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일본의 역사 도발이 한국 정부를 크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아베 총리가 공물을 보내고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비롯한 현직 각료들이 참배한 데 항의해 일본 정부와 구체적 일정까지 합의됐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을 22일 전격 취소했다. 윤 장관은 26, 27일 이틀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 정부는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내각 2인자인 아소 부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중대행위로 보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을 접견한 인물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그에게 한일 간의 진정한 우호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역사를 직시하면서 과거의 상처가 더이상 덧나지 않고 치유되도록 노력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가 있어야 한다라는 당부를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일본이 외면한 셈이라며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윤 장관의 방일 취소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한일 장관회담)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각각의 나라에는 각각의 입장이 있다. (참배 문제 등이) 외교에 너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각료 3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개인 차원의 참배로 이해하고 있다. 각료의 사적 행동에 관해 정부로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윤 장관의 방일 중지는 일한관계 개선과 북한에 대한 공동 대응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일관계 악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공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일본 언론 등의 지적은 결국 올바른 역사인식 없는 일본과 영혼 없는 협력을 하라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