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병사의 정식 명칭은 국방홍보 지원 대원이다. 국방부 훈령에 따라 1996년 12월 발족했고 사회에서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 가수, MC, 음악 작편곡자 등 해당 분야별로 전문가로 활동하다 입대한 자 중 국방홍보지원대에 선발된 병사를 뜻한다. 영화배우와 탤런트는 주연 또는 조연급 활동경력을, 개그맨은 TV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했는지 여부가 선정 기준. 대부분 공모 기간에 지원한 현역병 중에서 선발하지만 국방홍보원이 국군방송이나 위문열차 공연 등에 필요한 자원을 콕 찍어 뽑기도 한다. 21개월의 복무기간이나 복지에서 규정상 일반병사와 다른 점은 없다.
국방부는 수천만 원 또는 수억 원의 개런티를 줘야 할 연예병사를 월급 10만 원도 안 주고 부린다. 그러다 보니 일반병사보다는 여러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연예병사는 일빵빵(특별한 주특기 없는 일반보병)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훈련소를 두 번 간 싸이도 두 번째 복무는 연예병사를 택했다. 휴가일수에 이르면 연예병사가 왜 꽃보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일반병사의 경우 3차례의 정기휴가(총 28일)와 신병 위로휴가(5일), 포상휴가(10일 이내)를 다 합쳐도 50일을 넘을 수 없지만 연예병사들은 7080일 휴가가 보통이다. 100일을 넘는 경우도 허다하고 2011년 8월 제대한 붐은 150일 휴가를 받았다. 보통군인에게 10일로 한정된 공식 외박일수도 연예병사들에겐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했다.
올해 7월 제대하는 가수 비와 톱스타 김태희의 열애설이 터지면서 연예병사의 휴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휴가로는 포상휴가와 위로휴가로 22일을 사용했지만 10일의 공식외박 이외에 34회의 외박과 44일의 외출이 문제가 됐다. 다른 사병들은 영하 20도에 가까운 칼바람을 이기며 군사분계선 철책을 지키고 있는데 비는 외출, 외박을 밥 먹듯 하며 데이트를 한 것이다. 인터넷의 분노에는 한때 만인의 연인이었던 김태희의 남자가 된 것에 대한 시샘도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비의 외박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국방홍보지원단이 기획한 K-POP 특집콘서트에서 최고의 무대를 꾸며야 한다는 자존심 때문에 일과시간 후에 6명의 안무팀과 밤샘 연습을 하느라 영외 숙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류스타들이 수억 원의 개런티를 받고 공연한 반면 비가 사실상 무료로 국가행사를 홍보한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남침 공비를 사살하거나 사단이나 연대 단위 사격대회에서 특등사수가 돼야만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는 45만 사병들이 선뜻 수긍할지는 모르겠지만. 서른 살을 넘겨 사병 생활을 하느라 힘들겠지만 비도 자중자애하기 바란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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