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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리스 선거가 한국 가정에 영향 미치는 시대

[사설] 그리스 선거가 한국 가정에 영향 미치는 시대

Posted June. 19, 2012 08:53   

그리스 2차 총선 결과가 나온 어제 아침 아시아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긴축재정을 공약한 중도우파 정당인 신민주당이 승리하자 유럽에 앞서 개장하는 아시아에서 시장이 환영의 반응을 보냈다. 우리나라에선 코스피가 장중 한때 1,900선을 돌파했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하락했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급진좌파 시리자당이 이겼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을 공산이 크다. 주가 폭락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불안이 확산되면 서민 가정의 밥상이 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소규모 개방경제 통상국가여서 외풍()에 특히 민감하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유럽연합(EU)과 무역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럽의 침체 여파로 중국이 휘청대면 우리는 밑동까지 흔들릴 수 있다. 올 들어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구조가 나타나는 상황에 경제 성적이 더 나빠지면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자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리스 국민이 극단좌파 대신 경제개혁을 약속한 중도우파를 택했다는 점이다. 페로폰네소스 전쟁 때부터 세계 2차대전 직후까지 위기 때마다 선동적인 정치인에 휘둘렸던 그리스가 모처럼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 역시 1차 구제금융 때 구조조정 개혁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 리더십 부족으로 포퓰리즘에 휘둘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리스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증오를 부추겨온 좌우파의 갈등, 고질적 부패와 정실주의를 정치권부터 뿌리 뽑아 국민에게 개혁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스 사태는 정치권이 부패하면 국민도 주어진 복지 혜택을 최대한 유지시키며 나름대로 살 궁리를 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있는 사람부터 반칙과 특권을 잘라내지 않으면 국민이 극단주의라는 자폭 상태에 빠져 세계를 구렁텅이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멕시코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비즈니스 서밋(B20) 기조연설에서 위기국들은 당장은 고통스럽고 정치적으로 인기를 없을 수도 있으나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하여 신뢰를 회복하라고 주문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정 부담 떠넘기지 않도록 경제를 챙기는 것 못지않게 정치인은 바르게 정치하기, 유권자는 제대로 투표하기가 더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