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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가

Posted April. 11, 20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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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기름 값이 묘하다고 말한 지 80여일 만에 정유회사들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할인을 발표했다. 그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기름값을 인하하라고 정유업계에 누차 공개적으로 종용했다. 성의 표시라도 하라고 반()애걸도 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유회사들의 담합 여부를 조사했다. 결국 유가는 쥐꼬리만큼 내렸지만 주유소마다 할인조건이 달라 소비자 불만이 크다. 대통령 발() 유가 끌어내리기는 일부 장관의 충성심을 확인했지만 서민 가계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

정부는 최근 급등한 개인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다. 이번에도 업계 대표들을 불러 지침을 줄지 몰라도 개인서비스료 인상억제는 정유회사 같은 대기업을 압박하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최근의 물가상승에는 수입가격인상 등 대외변수가 직접적으로 작용했지만 재정과 통화()의 확대 같은 국내 정책의 부정적 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정부가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경제운용의 최우선을 두겠다고 정책방향을 선회한 시점은 물가상승 기대심리가 팽배해진 뒤였다. 청와대와 내각 경제팀, 그리고 한국은행 등이 한 방향의 신호등만 켜다가 뒤늦게 신호등을 바꿨지만 시장을 유턴시키지 못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정부가 322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자 시장은 오히려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대책의 핵심은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하면서 취득세는 깎아준다는 것다. 하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로 취득세율 인하가 불투명해졌다. 언제 시행될지 모르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잔금 지급을 늦추고 입주를 미루는 가구가 많아져 3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2월의 절반도 안 됐고 4월 들어서는 더 줄었다. 정부는 어떤 정책이든 이를 소프트랜딩시킬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지자체들의 반발로 취득세 인하를 시행하지 못한다면 이야말로 정책의 실패이자 정부의 실패다. 지난 1년 반 동안 4차례의 땜질식 전세 대책도 이 정부의 정책 완결성 결여라는 무능을 보여준다.

경제팀은 대통령의 관심사항과 정치성 강한 정책 주문을 소화하는데 힘을 빼고 있다. 대통령이 상생을 강조한 이후 각 부처는 상생방안을 쏟아내지만 우격다짐 식 방안들이 민간의 자발적인 상생 의지마저 해칠 정도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기업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데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는 필요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도 실행수단을 찾지 못했던 사안이다.

정부는 국토개발의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되레 갈등을 확산시켰다. 금리인상이나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실기() 책임도 누군가는 져야 할 일이다. 속도와 목표를 아무리 추구해도 정교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해법을 찾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성과는 없이 실속()과 혼란을 부르기 십상인 것이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