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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의 욕심, 야당의 위선

Posted December. 14, 201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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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서 장수를 거쳐 포항에 이르는 동서고속도로 건설 예산도 형님예산으로 봐야할까. 한나라당이 8일 단독 처리한 2011년도 예산안 가운데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관련 예산으로 분류한 9개 사업의 기준을 따른다면 이것도 형님예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열거한 형님예산 내역에는 이 고속도로 예산은 들어있지 않다. 동쪽 끝으로만 보면 형님예산이지만 서쪽 끝(군산)으로 가면 강봉균 예산이고, 중간 지점(장수)에선 정세균 예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인가.

민주당은 지방순회 투쟁을 통해 4대강 예산 2조원 이상 삭감을 포함한 예산수정안을 내고 추경예산 편성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김우남 이춘석 방병완 의원은 국토해양부 4대강 예산에 호남평야의 중앙을 흐르는 만경강 하천환경 정비사업 실시설계비(30억원)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서갑원 장병완 정범구 등 민주당 의원들은 농림수산식품부 4대강 예산에 금강 지구, 미호천 지구, 영산강 지구 예산 100억 원대 증액을 요구했다. 당 차원에선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면서 지역구가 인접한 의원들은 더 많은 4대강 사업비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의 위선이 들여다보인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난맥상과 무능함을 드러냈다. 8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을 회기 중에 처리한 것은 나쁜 관행의 교정이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민주당에 질세라 복지공약을 남발해 기대를 잔뜩 부풀려놓고선 정작 구체적 항목은 챙기지 못해 비판을 자초했다. 통과된 복지예산(86조4000억원)을 보면 정부안보다 1200억원 순증됐고, 전체정부지출 중 복지예산 비중도 27.9%로 역대 예산 중 가장 크다. 그러면서도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와 하위 70% 양육수당, 방학중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같은 미반영 사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이상득 의원은 대통령의 형이 아니었다면 유치할 수 있었겠나 싶은 예산을 대폭 늘려 형님예산 낙인찍기의 빌미를 줬다. 잘나가는 한식당들이 이미 들어서 있는 뉴욕에 한식세계화를 위한 한식당 개설비로 50억원을 국가예산으로 지원토록 한 것도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 배정이다.

템플스테이 예산만 해도 185억원에서 63억원 가량 축소하면서 사업이 종료되는 해라는 점을 비롯한 전후맥락을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이가 없었다. 불교계에서 반발하니까 그제서야 화들짝 놀래 기금 전용 방안을 강구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욕심만 앞서고 철학도 원칙도 방법론도 실종된 나사 빠진 당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자기집 살림이고 자기 돈이라면 한나라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이토록 엉성하게 예산을 주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 171명 의원 가운데 309조원의 예산안을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