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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듯하게 40대 김일성 재연 잔치분위기 뜨게

어디서 본듯하게 40대 김일성 재연 잔치분위기 뜨게

Posted October. 02, 201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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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김 씨 왕조의 창업자인 김일성 주석이 부활한 것 같은 정치적 효과를 얻기 위해 장기긴에 걸쳐 치밀한 선전선동 작전을 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기간 기획한 김일성 현신 드라마

북한 지도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 등에 김정은의 얼굴을 교묘하게 노출시킨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주민들이 지난달 30일 처음 공식 공개된 김정은을 보고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이라는 착각을 갖도록 교묘한 영상 플레이를 해온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원산농업대에 신축된 온실을 방문한 장면을 내보내면서 김정철 정은 여정 등 3남매가 김기남 당 선전선동 담당 비서 및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찍은 사진을 내보냈다. 등장인물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김정은을 무의식중에 인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작업과 더불어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의 생김새가 김 주석 및 김 위원장과 꼭 닮았다는 예고편성 선전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입수해 공개한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 자료의 본문은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는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이신 어버이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꼭 닮은 선군 영장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TV는 올해 4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외국의 수반 및 저명한 인사들과 상봉, 5월 조국광복을 위하여, 7월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을 승리로 이끄시여, 9월 김일성과 그의 스승 상월 및 어버이 수령님 농업 근로자들과 함께 계시여 등 김일성의 생전 동영상을 담은 기록영화를 잇달아 방송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당 대표자회라는 최대의 이벤트를 무대로 김일성 판박이처럼 꾸민 김정은을 세상에 드러냈다. 특히 북한은 김일성의 젊은 시절이 아닌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 사이의 모습을 목표로 삼아 김정은의 외모를 꾸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정은의 뚱뚱한 체형으로는 김일성의 20, 30대 모습을 재현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일성은 빨치산 활동을 하던 20대와 광복 직후인 30대 초반에는 비교적 마른 체형이었다가 30대 후반부터 급속히 뚱뚱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1974년 후계자가 된 이후 아버지의 체구를 모방하기 위해 일부러 몸집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9월 상순에 열겠다고 예고한 당 대표자회를 하순인 28일에야 개최한 것도 김정은 노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시기 조절로 풀이된다. 축제와 잔치 분위기를 최대한 연출하기 위해 8월 중순 신의주와 개성 등에 일어난 수해로 주민들의 민심이 뒤숭숭한 기간을 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상화 주역 김기남이 또 나선 듯

후계자 홍보를 위한 치밀한 선전선동 작전은 김기남 당 비서의 작품으로 보인다. 김 비서는 김일성종합대와 만경대혁명학원을 나온 김 부자 최측근 엘리트로 40세 때인 1966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은 이후 평생을 김 씨 부자 우상화와 홍보활동에 몸담았다.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기남 비서는 선전선동부장이던 1987년 유명한 구호나무 신화를 조작해낸 인물로 김 씨 부자 우상화를 위해 북한 역사를 왜곡한 장본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1987년 5월 백두산 밀림지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황해도 구월산에 이르는 지역에서 구호나무가 발견됐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나무에는 김일성과 부인 김정숙의 항일활동, 김정일의 출생을 축하하는 구호가 적혀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이는 물론 조작된 것이다.



신석호 주성하 kyle@donga.com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