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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골프장 거품

Posted April. 14, 20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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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고 봄의 문턱에 들어서면 골프장 회원권 거래가 활발해지고 값이 오르는 게 보통이었는데 올해는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처럼 투자 목적의 수요가 급감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가 발표하는 회원권(가격)지수는 13일 1249로 2월 이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근래 최고 수준이던 만 2년 전의 1704와 비교하면 27% 하락했다. 최근의 약세는 경기나 정국 동향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전국의 골프장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인 같다.

작년 말 현재 운영중인 전국 골프장은 회원제 193곳, 대중제 146곳 등 339곳으로 1년 사이에 29곳이 늘었다. 2, 3년 후엔 인구 대비 적정 수로 여겨지는 470500곳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 이후 지방 골프장의 그린피 인하를 이용객들은 반기지만 일부 골프장 측은 속이 타들어간다. 회원권 값이 분양가보다 30% 이상 하락하자 계약대로 5년 전 입회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회원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21곳, 내년 39곳에서 총 3조원의 입회금 반환 요구가 예상된다. 골프장 회원권 값은 상승한다는 신화 아닌 신화가 깨지는 골프장 거품 붕괴의 시작 같기도 하다. 일부 골프장은 이미 매물로 나왔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빚으로 골프장을 지었거나 호화 클럽하우스 또는 명품 조경에 큰 돈을 쓴 사업주들이 키운 거품이 무너지는 조짐인 것이다. 일본에선 1990년대 경기침체로 회원권 값이 폭락한 뒤 입회금을 돌려받으려는 회원들이 많아져 2440곳 중 800곳이 도산했다.

작년 골프장 내장객은 2591만 명으로 2008년보다 8% 늘었고 지방 골프장 일부는 호황을 누렸다. 경기침체로 골프 치러 해외로 나간 사람이 줄어든 덕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게임 또는 승마 요트 등 다른 스포츠를 좋아해 앞으로 골프 인구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여권()이 세지면서 젊은 아내들이 골프 과부 노릇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골프 인구 감소의 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골프를 호화사치 스포츠로 보고 골프장에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은 점이 있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