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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종시, 싸우다 쪽박 깨면 피해는 민이 덮어쓴다

[사설] 세종시, 싸우다 쪽박 깨면 피해는 민이 덮어쓴다

Posted January. 12, 20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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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싸우다 쪽박 깨면 피해는 이 덮어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어제 충남 연기군 일대에는 찬성과 반대로 갈린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나붙어 있었다. 원안 사수 수정 불가 행정도시 사수 결사투쟁 등의 수정안 반대 플래카드와 함께 환영한다 수정안, 새로운 세종시 연기 발전의 희망이란 찬성 플래카드도 보였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가 나온 어제 오전 11시20분 현지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세종시를 둘러보았다. 서울 광화문에서 승용차를 타고 출발해 충남 연기군 정부청사 부지에 도착한 것은 3시간 뒤인 오후 2시20분이었다. 원안대로 행정부처들이 세종시에 옮겨갈 경우 장차관과 공무원들이 서울까지 오고가며 초래될 비효율을 예감하기에 충분했다.

정부가 어제 발표현 세종시수정안은 행정부의 9부2처2청 이전이 중심이었던 원안 대신 세종시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는 다양한 계획을 담았다. 삼성 한화 웅진 롯데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첨단녹색산업지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시설과 고려대 KAIST 등 대학을 유치해 세종시를 국가의 미래 신()성장 동력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대체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성장엔진이 될 수 있는 산업은 물론 교육-연구-기술-창업-글로벌기업 연계가 세종시에서 모두 가능하도록 설계한 미래형 첨단도시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건설은 정치적 신의()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라고 지적하고 이를 결정하는 기준은 어느 방안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느냐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앞으로 10년 간 유럽을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2020 전략 회의를 다음달 연다. 유럽은 10년 전에도 2010년까지 가장 경쟁력 있는 유럽을 만들자며 리스본 전략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유럽 위원회는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녹색산업과 고등교육에 초점을 맞춘 테크놀로지를 강조했다. 이 같은 세계적 흐름을 감안한다면 세종시의 첨단 과학교육도시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야당들은 원안과 수정안의 접접을 찾으려는 노력은 해보지 않고 반대 투쟁의 기치를 올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 정권은 세종시 백지화를 필두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도 무력화하는 것을 착수하고 있으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은 세종시 원안 수정은 역사상 최악의 정책실패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 총리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삭발식까지 하며 결의를 다졌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거나 최악의 정책실패로 기록될 것이라는 야당들의 발언은 눈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의 민심은 야당의 행태에 비판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충남 대전 지역에서는 여전히 행정부처 이전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앞서고 있지만 수정안 발표를 계기로 여론의 변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충남도는 수정안에 대해 인구유입 촉진과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로 연결돼 지역경제 활성화 및 국가균형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대전 지역의 대표적인 수정 반대론자였던 한 교수는 수정안 자체는 좋다.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문제는 신뢰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기군의 한 식당 주인은 기업들이 들어오는 것이 일자리나 개인 사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의 밑바닥 정서나 식당 손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치인들 주장과는 다른 것 같더라고 바닥 민심을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산업화 성공의 역사는 국책 사업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극복했기 에 가능했다. 야당이 반대한 중요 국책사업은 1968년 포항종합제철 건설과 올해 개통 40주년을 맞이하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성공했지만 1959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달러이던 시절 원전을 시작할 때 무수한 비판과 반대를 무릅써야 했다. 국책 사업에 대한 반대는 미래 예측의 어려움도 한 원인이었겠지만 대부분 정치적 정략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 야당은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원자력발전에서와 같은 부끄러운 반대투쟁의 역사를 하나 도 보태지 말고 전체 국익을 위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한다.

지역주의 정당과 정파 차원의 이해득실과 특정 정치인의 차기 선거에서의 유불리라는 차원의 찬반 논란은 국가장래를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부처를 분할해 특정 지역의 표를 얻자는 포퓰리즘적 미봉책이다. 미국 의회가 건강보험 진지한 논의를 통해 건강보험 법안을 표결처리한 데서 우리 의회가 배울 바가 많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친박계 의원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세종시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우리 사회와 정치의 수준을 가늠할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세종시 문제가 대의민주주의 틀 안에서 정상적인 대화와 토론 과정을 거쳐 합법적 절차와 방법으로 결론에 이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