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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회의 땅 중국-중동 전주가 몰려온다

한국은 기회의 땅 중국-중동 전주가 몰려온다

Posted May. 21, 200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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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최근 이슬람권 투자자를 위해 샤리아(Sharia)지수 개발에 들어갔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이름을 딴 이 지수는 이슬람 종교가 금지하는 술 도박 돼지고기와 관련이 없는 국내 상장기업들로 구성되는 이슬람 자본의 투자 지표다. 거래소의 양태영 인덱스팀장은 이슬람 율법에 정통한 외국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오일머니가 국내 증시에 투자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 상하이사무소의 김성태 소장은 연초에 상하이에서 중국투자포럼을 결성했다. 이 모임에는 SK증권과 대신증권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직원과 상하이영사관 직원, 한국 출신의 변호사 회계사 등이 참여해 중국 큰손들의 최근 동향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김 소장은 한국 경제에 무관심하던 중국 투자자들이 올 초부터 한국 경제 분석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다음 달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거부인 원저우() 상인들을 만나 한국 투자를 설득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이 이른바 세계금융의 신()실크로드로 불리는 중국과 이슬람권의 자금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이들 자금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전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영미()계 자금의 투자 여력은 여전히 크지 않다. 반면 중국과 이슬람계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차이나머니와 이슬람머니는 자국 산업구조의 재편과 투자시장의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 쪽으로도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슬람중국 자금에 쏠리는 관심

산업은행은 최근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중동계 자금의 투자수요를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사모투자펀드(PEF) 방식을 추진 중이지만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기 힘들자 이슬람 금융권으로 눈을 돌린 것.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이슬람권 투자자들이 모인 싱가포르 투자설명회에서 이슬람 금융이 향후 국제금융질서 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동자금의 한국 투자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금은 이미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투자된 중국 자금은 4월 말 4583억 원(잔액 기준)으로 작년 말보다 15%가량 늘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연구분석부장은 홍콩을 경유한 중국 자금까지 합치면 국내에 투자된 차이나머니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박스로 떠올라

국내 금융권이 이슬람과 중국 자금 유치에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거처럼 영미권으로부터의 외자 유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도 이슬람 금융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주시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유재우 부장은 영미계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이슬람 금융시장에는 진출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한국 증권사들에도 기회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한 달러 퍼내기와 자국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 자금의 주된 투자처인 홍콩 증시의 투자매력은 감소하는 데 비해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점도 한국 투자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한중리서치 팀장은 중국 정부는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국부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것 외에도 중국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회사인 적격기관투자자(QDII)의 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M&A시장의 자금줄 될까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슬람과 중국 자금이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두 자금의 성격이 다른 만큼 M&A 과정에서 국내 자본시장이나 산업에 끼칠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적으로는 중국 자금이 좀 더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신증권 오 팀장은 중국은 현재 고부가가치형 산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어 기술력이 있는 국내 중소형 기업에 대한 M&A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운영에 대한 노하우나 관심도가 적은 이슬람권 자금은 펀드 형태의 간접투자로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투자증권 이도헌 상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쌍용정유를 인수한 사례가 있어 국내 기업을 직접 인수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PEF 형태의 장기 투자자금으로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하이닉스나 쌍용차 등의 인수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중국 자본 대신 이슬람 자본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줄로는 오히려 낫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유 부장은 중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기술 유출 논란은 물론이고 노조와의 갈등이 생길 개연성이 큰 데 비해 간접투자 형태의 이슬람 자본은 갈등의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