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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에 친이계 우왕좌왕

Posted May. 20, 200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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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실시되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누가 당선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 막판에 손잡고 출마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어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구체적인 속내는 아직 드러내지 않아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막판 표심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이번 선거는 안상수-김성조 의원, 정의화-이종구 의원, 황우여-최경환 의원(출마 선언 순) 간 3파전으로 치러진다. 당초 안상수 정의화 의원 간 경합 구도로 가는 듯했지만 막판에 최경환 의원이 황우여 의원에 합류해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황우여-최경환 의원에 당 지도부와 이상득 의원의 뜻이 실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 데다 60명가량인 친박계가 최경환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선거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상수 의원이 보이지 않는 손을 거론하면서 이상득 의원의 선거 개입 논란을 제기한 뒤 판세가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상득 의원을 견제하려는 친이계 내부의 이재오계 의원들이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 지도부와 이상득 의원이 황우여-최경환 의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가 이들 의원에 처음에는 호재로 작용하는 듯했지만 이 바람에 이재오계 의원들이 안상수 의원에게 몰리는 역풍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오계인 공성진 최고위원도 19일 차기 원내대표는 이 정권에 대한 책임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주류인 친이계 의원들의 표심이 소계파에 따라 안상수, 정의화, 황우여 의원 등으로 흩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친박계는 일단 황우여-최경환 조에 마음을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친이계와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쏠림 현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가 최 의원의 출마를 암묵적으로 승인했다고 해도 구체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친박 의원들이 행동 통일을 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3040명이 확실한 최경환 의원 지지 표가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당내에서는 2030명으로 추정되는 부동층의 중립 의원들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후유증 우려

이번 선거는 친이계가 소그룹으로 분화되는 기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황우여 의원의 선거 캠프에 친이계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거나, 안상수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민통합포럼(98명)이 19일 오전 소집한 긴급회의에 17명만 참석하는 데 그친 것은 의원들의 복잡한 속내를 보여준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도 친이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의원은 19일부터는 이상득 의원에 대한 공격을 자제한 채 몸을 낮추고 있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양측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소지도 다분하다. 이 과정에서 친이 내부의 세력 분화가 진행되고 10월 재보선을 전후해 다시 지도부 및 비선 라인 정비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가 쇄신작업과 맞물려 당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하지만 계파 간 대리전으로 변질되면서 선거 이후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은 21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246호에서 열리며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과반을 넘지 못할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