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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값 그냥 물어볼 뿐이고

Posted February. 13, 2009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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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특수요? 그건 이제 옛날 얘기에요.

12일 졸업식이 열린 광주 조선대부속여중 정문에서 꽃을 팔던 박모(52) 씨는 경기가 나빠서 그런지 꽃값만 물어볼 뿐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몰려 있는 23월 초는 꽃 판매상들 사이에서 한 달 팔아 1년을 버틴다고 하는 대목 중의 대목. 그러나 요즘 졸업식장에서는 극심한 경기 침체로 꽃향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같은 날 낮 서울 강남구 경기여고 앞. 이미 졸업식 행사가 끝나갈 무렵이지만 7명의 꽃 판매상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팔았느냐는 질문에 김순옥(50여) 씨는 1만 원짜리 지폐 3장을 펴 보이며 어제도 3개, 오늘도 3개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하나에 1만5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1만 원에 팔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며 오늘 못 팔면 버려야 하는데라며 초조해 했다.

졸업식장에는 생화 대신 값이 싼 조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11일 서울 관악구 삼성고에서 열린 둘째 아들의 졸업식에 온 주부 임모(47여) 씨는 조화 꽃다발을 준비해 왔다.

임 씨는 친척 자녀들까지 졸업식이 많은데 일일이 꽃을 사기가 벅차다며 조화 꽃다발 하나로 모든 졸업식에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꽃을 사는 사람이 없어 수요는 줄고 있지만, 꽃값은 되레 오르고 있다.

기름값 인상에 따른 난방비 부담으로 겨울철 꽃 재배를 포기한 농가가 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

꽃값은 졸업 시즌인 이달 초부터 예년에 비해 2배까지 올라 장미 10송이 한 단에 2만 원, 안개꽃 한단은 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최대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 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올해 하루 화훼 매출은 지난해의 70% 수준으로 줄었다.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기름값이 올라 원가가 많이 들고 시장에 꽃 공급이 줄어 꽃값이 크게 올랐다며 지난해에는 하루 판매액이 7억 원을 넘는 날이 많았지만 올해는 6억 원을 넘기는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남구 숙명여고 졸업식에 꽃을 팔러온 김종진(61) 씨는 꽃값이 두 배로 오르고, 장사는 두 배로 안 되니 죽을 맛이라며 경기가 어려우니 꽃을 안 사는 손님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상준 정승호 alwaysj@donga.com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