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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취업준비생 금융위기 제2의 피해자

은행-증권사 취업준비생 금융위기 제2의 피해자

Posted November. 03, 20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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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국내 4년제 사립대학을 졸업한 최모(24여) 씨는 몇 달 전만 해도 오로지 금융권 취업만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 생각을 바꿔 유통업체, 건설업체 등에도 지원하고 있다. 당초 신입사원을 뽑을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회사 가운데 하반기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 곳이 많아 금융권만 고집해서는 취업이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최 씨는 채용설명회에 가보면 내년에는 채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기업이 많아 이번 기회가 사실상 금융회사 취업 막차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줄이거나 연기하면서 바늘구멍처럼 좁은 금융권 취업문이 더 좁아졌다는 취업 준비생들의 아우성이 가득하다.

2일 동아일보가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과 시중은행 4곳에 하반기 채용 현황을 문의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채용 인원이 늘어난 곳은 증권사 1곳과 은행 2곳 등 총 3곳에 그쳤다. 채용인원이 줄어든 곳은 7곳이었고, 나머지 4곳은 채용은 시작됐지만 채용인원이 정해지지 않았거나 하반기 채용 실시 여부가 불확실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와 비교해 하반기 채용인원이 늘었지만 올해 상반기에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연간 채용인원은 지난해보다 450명 줄었다. 신한은행도 하반기 채용인원이 지난해보다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실시해 인원 충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채용 계획이 미정인 곳은 채용 인원이 대폭 줄거나 아예 안 뽑을 가능성이 높다. 교보증권은 증권사 실적은 시장 상황에 직결된다. 올해 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 계획을 못 세웠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장기수 인사팀장도 하반기 업무 계약직 사원 채용은 완료했지만, 대졸 신입사원은 어려운 시장상황이 지나야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 관련 웹사이트에는 A 증권사에서 파생상품 전문인력을 채용한다고 공고했지만 회사 상황이 어려운 것을 감추기 위한 의도일 뿐, 사실 뽑지 않는다고 한다는 등 확인 안 된 루머까지 등장하고 있다. 일부 준비생들은 금융권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스피치 학원까지 다니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경력사원 채용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더라도 공석()은 채우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인원이 자연적으로 감소하게 하고 있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 임원은 올해 초 신설 증권사들이 대거 생기면서 애널리스트 연봉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애널리스트를 충원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헤드헌팅업체 커리어케어의 신현만 사장은 지금 금융회사에서 찾는 사람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해 줄 임원급뿐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