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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한방 오바마 헛발 없었다

Posted October. 17, 200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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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밤(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 헴스테드 시 소재 호프스트라대 교정.

대통령선거 제3차 TV토론이 끝나는 순간, 기립박수를 보내던 한 공화당 지지자는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투표일을 20일 앞두고 열린 이날 TV토론은 대선 레이스의 마지막 결전장으로 꼽혀왔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예상대로 세 차례의 토론 중 가장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이나 실수도 없는, 거의 무승부에 가까웠다.

토론 후 민주당 전략가들은 마라톤으로 치면 스타디움에 먼저 들어선 오바마가 2위 후보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결승선을 향해 뛰어가는 형국이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컴백 키드(come back kid)란 별명의 부도옹() 매케인 후보가 사력을 다한 추격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브래들리 효과를 비롯한 변수들이 남아 있어 승부가 끝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예상대로 매케인 후보는 모든 걸 쏟아 붓듯 적극적 공세로 나왔고 오바마 후보는 90분 내내 방어에 치중했지만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매케인이 세 차례 토론 중 가장 잘했지만 오바마 역시 유권자들이 국가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성정과 판단력을 지녔음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는 때로 매케인 후보가 공격성 발언을 하면서 오바마 후보가 실제 하지 않은 말을 인용할 때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토론에선 두 후보 간의 근본적 노선 차이가 선명히 드러났다. 오바마 후보는 95%의 미국인에게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약속하며 매케인 후보의 기업에 대한 감세 공약을 공격했다.

매케인 후보는 부의 확산(spreading the wealth)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오바마 후보의 모든 계획은 계급 전쟁(class warfare)에 근거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조 위젤버거라는 배관공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위젤버거 씨는 오바마 후보가 12일 오하이오 주 톨레도를 방문했을 때 감세정책을 놓고 토론했던 평범한 시민.

매케인 후보는 자기 가게를 갖고 싶어 매일 1012시간씩 일해 온 조 같은 사람은 오바마의 공약대로면 증세 때문에 사업체 인수가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후보는 아예 위젤버거 씨와 단둘이 만나 얘기하듯 카메라를 보며 조, 나는 당신에게식의 화법을 계속 구사했다. 조(Joe)란 이름은 미국에서 평범한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많이 쓰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자유무역 정책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오바마 후보는 한국은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은 40005000대의 자동차를 파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공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다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의 한국 관련 발언은 수개월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반복되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불공정한 FTA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매케인 후보는 한미 FTA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바마 후보는 각 지역에 있는 미국의 최대 우방국과의 FTA에는 반대하면서 테러조직을 지원해 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같은 사람과 조건 없이 마주 앉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공화당 유세현장에서 오바마 후보를 겨냥해 죽여버려(Kill him)란 외침이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 후보 지지자인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매케인-페일린 후보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공격했는데도 오바마 후보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오바마 후보는 루이스 의원의 발언은 페일린 주지사 유세에서 일부 청중이 오바마는 테러리스트의 친구라며 죽여버려라고 외쳤는데도 페일린이 이를 제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후보 경호 기관인 재무부 비밀검찰국은 최근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 주의 공화당 유세 때 Kill him 외침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으나 실제로 그런 표현이 나왔다는 확인은 하지 못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토론에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시 강조됐다.

매케인 후보는 3000억 달러를 들여 서민들의 불량 모기지를 정부가 매입하도록 하자는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면서 이건 얼마 전 클린턴 의원이 만든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매케인 의원은 지난달 24일 힐러리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힐러리 의원이 경선기간에 내놓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책에 대해 매우 끌리는 내용이다. 더 알고 싶다고 물었다는 것. 이후 매케인 후보는 힐러리 의원의 대책과 비슷한 대책을 내놓았다.



신치영 이기홍 higgledy@donga.com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