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의 분야별 주요 정책 공약을 정리하기 위해 취재진이 담당자를 찾으면 서로 잘 모르겠다며 핑퐁 식으로 떠넘기다 결국 공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뒤늦게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대선에 뛰어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측은 5년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의 공약을 업그레이드해 내놓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유례없는 무() 비전, 무() 정책, 무() 정견의 3무() 선거의 근본 원인은 정당정치의 실종과 승리지상주의가 빚어낸 네거티브 일변도의 선거풍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 참여 경선과 후보단일화를 내세워 극적인 역전승이 벌어졌던 2002년 대선 때의 기억에 사로잡혀 지난 5년간의 실적과 미래에 관한 구체적 비전과 능력 검증 대신 탈당 합당 등 합종연횡, 그리고 네거티브 한방으로 막판 승부를 보겠다는 도박적 선거심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후보등록을 일주일 앞두고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대부분의 브리핑과 논평을 BBK 주가조작 사건의 김경준 씨 국내송환과 부인 이보라 씨의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 누나 에리카 김 씨의 일부 언론 인터뷰 등에 매달렸다.
계속 말을 바꾸어가며 국가의 미래나 유권자의 이해와는 관계도 없고, 사건의 핵심인 주가조작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모를 여러 장의 계약서를 흔들어 보이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만을 반복해 거명하는 김 씨 일가의 입만 쳐다볼 뿐 후보도 당도 실종된 양상이었다.
공약집을 유료판매하며 제대로 된 정책을 알려 당당하게 표를 얻겠다던 한나라당은 공약집 발간을 차일피일 미룬 채 혹여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을까 주요당직자들이 총동원돼 사기꾼과의 전쟁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무소속 이회창 전 총재측과 창조한국당, 민주당, 민주노동당도 정도 차이는 있으나 BBK 한방으로 막판 선거판도가 바뀌기를 열망하며 공방전에 가세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잇다.
후보들이 분야별 현장을 찾아 내놓은 공약 가운데는 구체적인 예산 뒷받침이나 실행가능성은 따져보지도 않았거나, 상호간에 모순되는 공약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매니페스토 운동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22일 발표한 전국 성인남녀 1500명 대상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69.6%는 대선 분위기에 대해 깨끗하지 못하다고 부정적 평가했고, 제1주범으로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을 지목했다.
박성원 swpar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