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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마저 내팽개친 문혁-개방의 광기 고발

형제마저 내팽개친 문혁-개방의 광기 고발

Posted June. 30, 2007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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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매일 거리에서 두들겨 맞고 피범벅이 되었던 시대, 돈만 있으면 모든 욕망을, 심지어 사랑까지도 살 수 있는 시대. 극단적인 두 시대가 이어졌다는 것은 기이하다. 중국이 그랬다. 문화대혁명 이후 찾아온 것은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물결이었다.

위화(47사진)의 형제는 그 두 시대를 살아낸 형제 이광두와 송강의 이야기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위화는 허삼관 매혈기 살아간다는 것 등의 소설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최근의 중국소설 바람과 더불어 선보이는 그의 신작은 중국판 선 굵은 서사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 준다.

소설은 열네 살 이광두가 공중변소에서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다 덜미를 잡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며 한숨을 쉬는 어머니 이란. 알고 보니 친부가 비슷한 짓을 하다가 똥통에 빠져 죽은 터다. 이광두는 졸지에 유복자로 태어나 자랐지만, 어머니가 이웃의 상처한 송범평과 재혼하면서 의붓형 송강을 맞는다. 가족이 단란하게 살던 것도 잠시, 문화대혁명이 닥치면서 지주 출신 송범평은 집단 린치를 당한 끝에 목숨을 잃는다. 시름시름 앓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남은 건 형제뿐이다.

입에 욕을 달고 사는 말썽꾸러기 이광두가 사람 노릇 제대로 할지 어머니는 목숨을 거둘 때까지 걱정했지만, 한없이 순하고 착한 송강과 달리 이광두는 놀랍게도 온몸으로 세파를 헤쳐 나가는 인물이다. 소설은 이광두가 고물과 폐품 장사를 통해 돈더미에 올라앉는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여기에다 이광두가 미친 듯이 연정을 품었던 여자 임홍이 송강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 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꼬여들면서, 밥 한 그릇만 있어도 나눠먹기로 다짐한 이광두와 송강은 등을 돌리게 된다.

소설이 보여 주는 것은 천지가 뒤집힌 것처럼 달라진 두 시대에 공존한 광기다. 문화대혁명 중 송범평에게 가해지는 대중의 폭력은 어떻게 인간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참혹하다. 위화는 그 장면들을 얼버무리지 않고 정면으로 묘사함으로써 역사의 광풍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 준다. 한편으로 그만큼이나 위화가 통렬하게 비판하는 것은 윤리는 없고 욕정만 남은 물신 숭배의 현대 중국 사회이다.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지저분한 일을 마다 않는 이광두, 돈을 던져 놓고는 아무 여자하고나 자는 이광두, 돈으로 형의 아내마저 빼앗아 버리는 이광두. 넘쳐나는 정사 장면과 온갖 돈벌이 궁리 얘기는 우리 사는 세상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가를 섬뜩하게 드러낸다.

세 권에 이르는 분량인데도 책장은 휙휙 넘어간다. 서사가 치밀한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놀랍다. 무엇보다 천하의 망나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광두의 매력은 광기의 시대에 대한 기록과 더불어 이 소설이 거둔 뛰어난 성과다.



김지영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