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최초로 한국인 학생들을 제치고 지난달 최우등상을 받았던 언더우드 국제대학의 야오야오(19중국) 양. 그는 한국 학생들의 단점을 끼리끼리 어울리는 경향이라고 말한다.
요즘 대학 캠퍼스 안에서 1000명이 넘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공부할 정도로 대학의 인적 구성은 글로벌화 됐다. 하지만 학생 식당과 도서관 등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따로 삼삼오오 모여 있을 정도로 진정한 국제화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구성원이 비빔밥처럼 한데 섞이지 못하고 따로 국밥처럼 떨어져 있는 것.
각 대학이 이런 따로 국밥 현상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기존 영어 전용 수업 등 미국 단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을 뛰어넘어 다양한 국가의 언어, 문화를 교육하자는 다문화 캠퍼스 정책을 경쟁적으로 펴 나가고 있는 것.
수업에서의 융합
서울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사우디아라비아 학생 A(24) 씨는 풍물패나 무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술을 많이 마셔야 된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 A 씨는 종교나 관습 등 서로의 문화를 한국에서 오래 공부하면서도 서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런 학생들을 강제로 묶어 함께 수업을 받게 하기로 했다. 연세대는 내년 1학기부터 한국인을 포함해 3개국 이상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도록 하는 멀티 컬처럴 세미나(Multi Cultural Seminar)를 개설해 이 수업 이수를 교환학생 지원 필수자격으로 하는 반강제적 다문화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학생 15명 내외로 구성될 이 수업은 수강 인원 중 한국 학생이 50% 이하가 되도록 조정하며 나머지 학생은 2개국 이상 외국인으로 채워진다.
특히 이 수업의 학점, 활동 등은 교환학생 파견 심사의 필수 요소로 고려된다. 따라서 교환학생, 어학연수 등이 필수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내년부터 듣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수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과 부대껴야 하는 상황.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수업을 한 과목 이상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한다.
수업 밖에서 교류
기본적으로 다문화 사회인 미국 등 해외 대학에서는 이런 수업 밖 교류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는 노인 등 은퇴자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해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일대일 회화 및 문화 교육을 한다.
많은 외국 학생이 이들 자원봉사자들과 친해진 뒤 이들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을 소개받아 파티를 하면서 그 학교와 사회에 융합된다.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은 수업 밖 다문화 교육에 뛰어들었다. 고려대는 8월 동원(글로벌) 리더십센터를 완공하고 건물 한 층 전체에 다양한 국적의 문화와 언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언어교류센터와 외국어 카페를 설치한다.
한양대 인터내셔널존 에서는 다국적의 학생들과 한국인이 서로 자국어를 가르쳐 주도록 연결해 주는 제도를 정착시켰으며 성균관대는 학내의 e+ 글로벌 존에서 5개 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러시아어, 영어)로 된 위성방송을 듣도록 시설을 완비했다.
다국적, 다문화 대학, 그러나 지방은
대학들이 이런 다국적, 다문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학은 이미 엄청난 규모의 외국 유학생들이 들어와 다국적 대학이 됐기 때문.
그러나 서울지역 5개 대학과 지방 5개 국립대의 올해 1학기 외국인학생 현황(학부, 석박사, 어학원)에 따르면 외국인 학생의 국적별 다양성과 양적인 측면 모두 심한 수도권 편중 현상이 나타난다.
서울대가 72개국 1327명으로 가장 많은 국적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으며, 연세대가 그 다음으로 68개국이지만 양적으로는 1892명으로 가장 많다. 고려대는 59개국 1358명.
지방 대학에서는 그 수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전남대 22개국 492명, 부산대 29개국 468명, 경북대 26개국 423명, 강원대 13개국 335명, 전북대 16개국 245명 등이다.
최우열 dnsp@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