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훈수정치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사생결단하라=김 전 대통령은 26일 서울 동교동 사저로 찾아온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단일 정당이나 연합체를 만들지 않으면 대선은 하나마나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 통합의) 시간이 없다고 수차례 말하며 누구 한사람이 나타나 정국을 리드하지 못한다면 사생결단을 해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 후보들은 전국을 돌며 국민을 만나는데 이쪽은 옹기종기 모여 내부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열린우리당 관계자들도 인정하듯 과거보다 더 분명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 측은 27일 여야 막론하고 국민 뜻을 따르고 정책 대결을 하라는 원론적 조언의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정치 불개입을 천명했던 김 전 대통령이 범여권 통합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위기의식을 느껴 대선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8일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 29일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만난다. 이번 주에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예방도 받을 예정이다. 앞서 20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 25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을 만났다.
노 대통령의 잦은 지방 나들이=노 대통령도 이미 대선 정국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해체와 탈당을 선언한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들을 겨냥해 구태정치다. 정치를 그만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 대통령의 선제구는 김, 정 전 의장과 노 대통령 노선을 따르겠다는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의원 등 범여권 주자 간 전선을 명확하게 그어놓았다.
또 부동산 세제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1%대통령이라고 공세를 폈다.
전국 조직화에 들어간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주축 멤버가 모두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라는 점도 노무현 세력의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최근 들어 주말을 맞아 지방 나들이가 잦은 편이다.
노 대통령은 25일 해군 이지스함 진수식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을 방문했다가 행사 후 한 호텔에서 부산상고 동문 30여 명과 회포를 푼 뒤 26일 귀경했다. 여기엔 부산상고 동기인 차의환 혁신관리수석비서관이 동석했다.
18일엔 518 기념식 참석 후 전남 담양의 온천 리조트에서 1박한 뒤 다음 날 지지자들과 함께 광주 무등산을 등반했다. 앞서 1주일 전에는 경남 진해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귀경길에 고향 봉하마을에 들러 지인들을 만나고 사저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퇴임을 앞두고 그동안 미뤄놓았던 사적인 약속들을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현직 대통령의 대선 개입에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은 두 분이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의존하는 것은 맞지도 옳지도 않다고 말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훈수는 범여권에서 김심()과 노심()의 충돌로 나타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옛 지지층을 복원해야 한다는 견해지만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구도에 반발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김 전 대통령은 무조건적 쌀 지원을 옹호하지만 노 대통령은 신중한 반응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범여권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막바지에 이르면 김심과 노심이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 훈수정치 비판=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최근 정치 개입 발언에 대해 국민 염원을 무시하는 훈수정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27일 김 전 대통령이 정 전 의장을 만나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한 것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는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뒷골목 주먹질에 비유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무망한 권력 다툼에 개입하지 않는 사심 없는 국가원로로서의 모습을 기대한다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국민 염원을 무시하는 발언은 삼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훈 당 정보위원장은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데올로기나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 발전을 위한 고언은 필요하지만 현실 정치에 개입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