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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구리시의 도시락

Posted January. 10, 2007 07:24   

도시락이 없는 시간/학교 뒷마당에 앉아 하늘을 보고/골마루를 깔고/이를 잡는다/배고픈 것을 잊고, 재미있다//학교가 끝나서/집으로 오는 길에/점을 친다/밥솥에 밥이 있을까//밥솥이 싸늘하면/탁 주저앉으면/부엌도 주저앉는다//밥솥이 따뜻하면/밥을 안 먹어도/배가 부르다(김사빈의 도시락이 없을 때 중에서). 시인뿐 아니라 평범한 40, 50대라면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끼니를 걸렀던 사무치는 소년기의 기억을 갖고 있기 십상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굶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지만 현실이다. 결식의 이유가 과거보다 다양하긴 하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챙겨줄 부모가 없어서, 창피해서 집단급식소를 찾을 수 없어서, 바우처(교환권)로 과자나 음료수를 사버리는 바람에. 2005년 1월 제주 서귀포시의 부실도시락 파문과 함께 정부가 개선대책을 마련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방학 중엔 사정이 더욱 나빠진다.

이런 가운데 경기 구리시는 민관()이 힘을 합쳐 결식아동과 독거노인에게 매일 따뜻한 도시락을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구리시는 따뜻한 밥을 제공하기 위해 예산으로 보온도시락을 구입했다. 새마을부녀회, 라이온스클럽 등 봉사단체들은 매일 오전 돌아가며 구리시 사회복지관 조리실에서 밥과 반찬을 만든다. 구리시 8개동의 교회와 동사무소 자원봉사자들이 보온도시락에 담긴 따뜻한 밥과 반찬을 아이들의 집으로 배달한다.

구리시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부문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조리와 배달 과정의 인건비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 절감된 비용으로 질 좋은 도시락을 만들고, 자원봉사자에게는 이웃사랑의 기회를 제공하니 윈-윈이 따로 없다. 매주 목요일 아내 그리고 6세 아이와 함께 도시락 배달을 하는 시민 이원영(43구리시 인창동) 씨는 직장 때문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지만 도시락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4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리시 도시락에는 건강한 시민의 힘이 담겨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