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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T-50

Posted August. 31, 200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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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제트전투기 P-80, 세계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F-104, 고도 정찰기 U-2, 사상 최초로 음속의 3배 속도를 돌파한 정찰기 SR-71, 세계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F-117A. 항공사에 길이 남을 이런 명작() 항공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한 조직에서 태어난 형제들이라는 것이다. 모태()는 미국 록히드(현재 록히드마틴) 사의 개발팀인 스컹크워크스(Skunk Works). 제2차 세계대전 때 창설돼 세계 항공기술 분야를 선도한 비밀조직이다.

이 조직의 책임자였던 벤 리치가 쓴 책 스컹크워크스에 따르면 성공 비결은 한 가지로 집약된다. 상부의 불필요한 관리와 통제를 최대한 줄이고 기술자들이 마음껏 일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요즘 우리 정부와 기업이 입만 열면 꺼내는 혁신이 바로 이런 내용이 아니겠는가. 다만 우리는 소리만 요란한 데 비해 설계 엔지니어 50명에 기술자 100명 정도의 소규모 팀인 스컹크워크스는 이미 1950년대부터 혁신을 실천해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어제 최초의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출고() 행사가 열렸다. 199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이 수많은 난관을 거쳐 양산()체제로 들어선 것을 축하한다. 무엇보다 1300명의 엔지니어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기울였을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국이라는 훈장을 달아 준 T-50은 자주국방의 기틀 마련에도 일조할 것이다.

하지만 자족()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2015년 국산 전투기 개발계획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현재 60%대인 T-50의 가격 대비 국산화율을 더 높여 나가는 등 할 일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스컹크워크스 팀의 정신부터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불가능의 기술영역에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거부하는 용기 말이다. 마침 T-50의 개발에 록히드마틴이 참여하고 있으니 좋은 기회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