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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정책임 떠넘기는 노대통령의 연정 발언

[사설] 실정책임 떠넘기는 노대통령의 연정 발언

Posted July. 05, 2005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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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상황의 타개책으로 연정()카드를 내놓았다. 지난달 24일 당정청 수뇌부 회의에 예고 없이 참석해 현 정국상황을 비상한 사태라고 규정하면서 연정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어 어제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야당과의 단기적인 사안별 정책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연정구상은 교착상태에 빠진 국정수행을 원활히 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내각제적 요소 때문에 국정운영이 힘들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라며 내각제로의 개헌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먼저 우리는 현 정국상황을 비상으로 본 노 대통령의 진단에 동감한다. 10%대로 떨어진 여당 지지율이 보여주듯, 정부의 국정성적표는 총체적으로 낙제점이다. 여권 관계자들의 입에서조차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처방이라고 내놓은 연정카드에는 국정실패의 책임이 결국 제도에 있다는 책임전가 논리가 깔려 있다.

국정파탄은 어설픈 아마츄어리즘과 포퓰리즘이 만들어낸 잘못된 국정운영의 결과이지, 제도의 탓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국회 의석도 과반에 불과 4석 부족할 뿐이다. 타협적 자세로 야당을 설득하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한 구도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이었던 17대 총선 결과는 여당에게 과반 안정의석을, 한나라당에게는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가 가능한 의석을 준 민의()의 결과다. 이 구도가 4.30 재보선으로 무너진 것은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다.

결국 연정구상은 형태만 다를 뿐, 과거 여권이 정국운영의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꺼내들었던 정계개편의 노무현판()인 셈이다. 연정은 의원내각제에서 이념과 정책 성향이 같은 정당끼리 다수파를 형성해 집권하는 방식이다.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됐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정치시스템에서는 국난()상황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노 대통령이 민심과 여론에 바탕을 두고 당정분리 및 야당과의 타협을 원만하게 이루어냈더라면 정국상황이 지금처럼 경직돼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도 여권이 합당이나 의원 빼가기 등으로 인위적인 여대야소를 만든 후에는 오히려 무리한 정국운영으로 파탄을 빚었다. 노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의 힘이나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