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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레임덕 부추기고 쇄신 가로막는 당-정-청

[사설] 레임덕 부추기고 쇄신 가로막는 당-정-청

Posted June. 11, 20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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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면 국정과 민생이 당장 타격을 입는다. 국가수반으로서 영()이 서지 않고 외교조차 제대로 해 나가기 어렵다. 명색이 집권세력이라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고뇌하면서 대책 마련에 온 힘을 쏟아야 할 텐데 요즘 모습은 정반대다. 당-정-청이 따로 놀면서 네 탓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한마음으로 국정쇄신 경쟁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모두가 국정 무력화() 경쟁에 나선 꼴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자세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다시 30%대로 떨어지고,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데는 실세() 총리 소리를 들으면서 대통령의 신임 속에 일해 온 이 총리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그런데도 국회에만 가면 국정운영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를 치거나 총리답지 못한 언행으로 야당의원들을 자극해 정국만 더 꼬이게 만든다. 자신의 적반하장()격 자세가 국민의 눈에 오만으로 비치고, 지지율 급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한술 더 뜬다. 레임덕을 막아 보려고 애쓰기는커녕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상임중앙위원이란 사람이 당이 사망 직전의 중증 환자라며 마치 남의 일처럼 얘기하거나 차라리 당을 전소()시켜 다시 짓고 싶은 심정이라며 갑자기 사표를 던진다.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하고, 이른바 개혁그룹에선 통합은 안 된다고 맞선다. 그런가 하면 또 한편에선 느닷없이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마디로 풍비박산 지경이지만 당의장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도 단견, 단선의 정책으로 부동산대책에서부터 교육문제에 이르기까지 혼선을 불러온 데 대한 반성과 그에 따른 쇄신의 몸부림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측근들의 월권 의혹, 부적절한 처신 등이 총체적 난국의 직접적 계기가 됐음에도 대통령 눈치나 살피고 있다.

당-정-청의 무능과 따로국밥 행진을 지켜보는 국민은 참으로 답답하다. 국정 실패와 무능에 대한 자성 위에서 획기적인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레임덕의 때 이른 가속화는 국가적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