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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래된 부부

Posted June. 02, 20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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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져 본 사람은 안다. 유행가 가사가 얼마나 절절한지. 전화를 걸려고 동전 바꿨네 같은 1970년대 식이든, 마음을 틀어막아도 눈물이 샌다는 요즘 식이든, 남들이 보기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도 그들은 태연하게 해낸다. 그 사랑의 힘이 다름 아닌 호르몬과 뇌의 작용이라면, 허무한가.

로맨틱한 사랑을 막 시작한 젊은이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장치로 찍었더니 미상핵()이라 불리는 부분이 활발히 움직이더라는 연구결과를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로 꽉 찬 곳인데 이 도파민이란 화학물질은 어떤 보상을 기대할 때 퐁퐁 솟는다. 허기나 갈증 또는 약물중독 때문에 뵈는 것이 없어진 상태와 뇌적()으론 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래 사귀게 되면 달라진다. 작업 초기 움직였던 부분이 아니라 애착의 감정과 관련된 뇌의 깊숙한 부분이 활동한다. 결혼 후 피차 실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잔인한 과학자들은 이를 종족보존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로맨틱한 사랑은 짝을 맺기 위해 꼭 필요하다. 주는 만큼 받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강박적이고 충동적이다. 하지만 자식을 낳고 기르기엔 적당하지 않다. 사랑보다는 애착, 즉 우리식으로 보면 정이 더 중요하다. 결혼이라는 법적 장치를 통해 안정과 안락함, 정서적 일치를 얻는 것도 이 단계다. 다만 편안하다 못해 남편이 집 같고, 아내가 가구 같아질 수 있다는 게 문제지만.

1925년 6월 1일 결혼식을 올려 세계 최장수 결혼생활 기록 보유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국인 퍼스 애로스미스(105) 씨 부부의 80년 해로 비결은 뭘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말 한마디다. 부인 플로렌스(100) 씨는 미안해요(sorry), 남편은 알았어, 여보(yes, dear)라고 했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비결치고는 다행히도 너무나 간단하다. 해로를 꿈꾸는 부부라면 당장 실행해 봄이 어떨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