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돈키호테 400년

Posted April. 27, 2005 23:21   

中文

돈 버는 일을 할 것이냐,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냐. 스물일곱 살의 청년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고민했다. 결혼을 하고 싶었으므로 돈 잘 벌려면 신경과 의사가 돼야 했다. 연구만 해서는 돈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요즘 뇌보다 돈키호테에 빠져 있어. 약혼녀 마사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우리 모두 꿈에 빠져 세상을 사는 게 아닐까라고 썼다. 그가 빠졌던 책이 올해 출판 400주년을 맞는 소설 재기발랄한 향사() 돈키호테 데 라 만차다. 돈키호테가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를 만든 셈이다.

돈키호테만큼 다양한 사람에게 가지각색의 깨달음을 주는 책도 흔치 않을 것 같다. 2002년 세계 54개국 100명의 작가들이 가장 의미 있는 책으로 돈키호테를 꼽은 것도 이 같은 보편성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게 일독을 권한 이유도 돈키호테를 자본주의에 반란을 일으킨 혁명가로 본 공산주의적 시각에서였다. 거꾸로 미국에선 돈키호테를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연결시킨다.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는 죽기 전 볼리비아로 떠나며 내 발뒤꿈치에 로시난테(돈키호테의 말)의 늑골이 닿는 걸 느낀다고 할 만큼 자신을 돈키호테와 동일시했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돈키호테 100만 권을 공짜로 나눠 주며 부정()을 무찌르고 세상을 바로잡는 돈키호테를 읽어 영혼을 살찌우자고 했다. 정말 돈키호테다운(quixotic) 행동이다. 옆에서 뭐라고 말해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만 세상을 보는 저돌적인, 혹은 이상주의적인 돈키호테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400주년 기념으로 스페인어 완역판 1부 732쪽이 선보였다. 2부는 좀 기다려야 나온다.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출판된 책이지만 원작이 1000쪽이 넘을 만큼 방대해서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고향 스페인에서도 끝까지 읽은 사람은 드문 책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