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구 소련의 독재자 이오세프 스탈린이 사망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 이날을 맞아 그의 공과()에 대한 논쟁이 러시아 사회를 후끈 달구고 있다. 그가 제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구 소련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강력하고 위대한 지도자라는 맹목적 찬사와 수백만명의 무고한 국민을 숙청한 무자비한 독재자라는 혹독한 비난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인 여론재단(FOM)이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37%의 응답자가 스탈린이 국가를 위해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대답해 부정적 답변(29%)보다 많았다.
반면 그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42%가 기아, 테러, 탄압, 강제노동수용소(굴락) 등 부정적 단어를 떠올려 2차대전 승리와 질서확립, 산업화 등 긍정적 이미지를 연상한 32%보다 많았다.
여전히 그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애증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 것. 고향인 그루지야 등에서 성대한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고 러시아 공산당 등 좌파는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성명을 냈지만 러시아 당국은 공식적인 평가를 삼가고 있다.
스탈린은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철권 통치로 내전 후의 혼란을 종식했으며 공업화를 통해 소련을 산업국가로 만들었다. 그러나 집권 중 2000만명이 숙청됐고 그 중 최대 1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후인 1956년 제20차 공산당대회에서 후계자인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을 비판한 뒤 1961년 붉은광장의 레닌 묘에 묻혀 있던 시신이 크렘린궁 성벽 아래로 옮겨지는 등 격하됐던 스탈린의 위상은 최근 급격히 높아졌다. 소련 해체 후 혼란한 러시아의 현실에 대한 좌절과 초강대국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 등이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인권단체인 메모리알(기억)의 올레그 오를로프 대표는 구 소련 비밀경찰 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위대한 조국과 질서 등 스탈린과 비슷한 구호를 내거는 등의 정치상황이 스탈린에 대한 추모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며 우려했다.
김기현 kimkih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