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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깊은 반성”... 아베, 4년째 ‘반성’ 외면

일왕 “깊은 반성”... 아베, 4년째 ‘반성’ 외면

Posted August. 16, 2016 06:48   

Updated August. 16, 201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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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정오 일본 도쿄(東京)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묵념을 한 뒤 추도사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향후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 것을 절실히 바란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해 패전 70주년 전몰자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일왕이 2년 연속 같은 표현을 추도사에서 언급한 것을 놓고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에 금지된 정치 개입을 피해가면서도, 과거사 미화와 헌법 개정 등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간접적으로 주의를 촉구했다는 것이다.

 일왕은 이어 “전 국민과 함께 전장에서 흩어지고 전화(戰禍)에 쓰러진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추도의 뜻을 표하며 세계 평화와 함께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추도사를 읽은 아베 총리는 과거에 대한 반성을 경시했다. 그는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때부터 역대 모든 일본 총리들이 언급해 왔던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일본의 가해와 반성’을 4년째 생략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추도식 참석 전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료를 냈다. 아베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은 것은 군국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고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달 4, 5일 중국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추진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공물료 납부로 간접 참배했지만 아베 내각의 일부 각료와 측근들은 주변국 반발에도 직접 참배를 강행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과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담당상, 아베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장관이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앞서 야마모토 유지(山本有二) 농림수산상은 6일,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은 11일에 참배를 마쳤다.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70여 명도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한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침략전쟁 역사를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고 참배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항의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