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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대방송 저녁뉴스는 죽었다

Posted November. 07, 200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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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미국 TV 시청자들은 눈을 의심했다. NBC 방송의 심야 코미디 프로그램 토요일 밤 라이브에 깜짝 놀랄 진행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청자 수가 580만 명으로 집계되는 NBC 저녁 메인뉴스 진행자 브라이언 윌리엄스 앵커였다. 평소 무게감 있던 뉴스 진행자의 면모를 벗어던진 그는 이날 완전히 망가지는 코미디도 주저하지 않았다.

방송작가조합이 파업한 것도 그가 나선 이유의 하나였지만, 한 방송사의 간판 뉴스 앵커를 코미디 프로에 내세운 것은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9시뉴스 진행자가 심야 개그 프로의 사회를 본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NBC의 이번 도박은 방송사마다 1년에 100만 명 씩 시청자가 줄어든다는 저녁뉴스의 시청률 저하를 앵커의 친숙도를 높여 만회해보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뉴 미디어의 등장으로 뉴스가 고전한다는 것은 이미 구문().

그러나 1980년 이전 5200만 명으로 추산되던 NBC ABC CBS 등 미국 공중파 메인뉴스의 시청자는 최근 2500만 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시청자 연령의 중간치가 만 60세에 이르러 젊은층의 뉴스 외면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 미디어담당 하워드 커츠 기자는 지난달 방송뉴스의 생존노력을 그려낸 한 리얼리티 쇼에서 뉴스 시청자의 감소 이유를 진보-보수그룹의 반목 및 케이블뉴스의 집요한 공중파 뉴스공격으로 분석했다.

미국 언론의 상호공격은 케이블 뉴스채널이 주도한다. 공화당 성향의 폭스뉴스는 반() 부시 색채가 강한 뉴욕타임스와 CNN을 겨냥해 부시 대통령만 비판하는 부패한 언론이라고 매도해 왔다.

보수논조 일색인 폭스뉴스가 공정하고 균형있다(Fair and Balanced)를 회사모토로 앞세우는 것 역시 조롱의 대상이 된다. CNN은 폭스뉴스의 간판격인 빌 오라일리 앵커가 올 여름 뉴욕 할렘가 흑인식당에서 흑인식당에서도 서비스가 웬만큼은 되더라고 한 말을 두고 인종차별주의자의 언동이라며 매섭게 비판했다.

이런 싸움판에서는 점잖은 공중파 뉴스가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CNN 뉴스진행자인 글렌 벡은 방송도중 (공중파) 저녁뉴스는 죽었다. (엘리트 신문인) 뉴욕타임스를 읽고난 뒤 저녁뉴스 내용을 채운다. (공중파 뉴스는) 평균 미국인과 교감을 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직면한 권위의 붕괴도 공중파 뉴스가 처한 위기의 일단을 보여준다.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한 이라크 병력증파를 두고 ABC 저녁뉴스는 단기적인 성과를 냈다고 머리기사로 보도했고, 이는 다음날 조간신문의 논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보도는 대신 반전운동단체들로부터 부시의 앵무새로 전락한 것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시청자 감소에 30년 권위의 붕괴 조짐까지 겹치면서 3대 방송사의 저녁뉴스는 이래저래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