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31요미우리)은 이병규(32사진)의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입단이 결정됐을 때 이런 말을 했다. 병규형이라면 오치아이 감독의 엉덩이도 두드릴 사람이에요.
오치아이 히로미쓰(54) 감독. 선수시절 그는 괴짜였다. 감독이 돼서도 마찬가지. 오치아이 감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오레류()다. 나만의 길을 간다는 뜻이다. 주위에서 누가 뭐라 하든 거침이 없다.
오치아이 감독은 본인이 그랬듯 이병규에게도 자신의 길을 가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타격 자세에 대한 굳건한 신뢰다.
이병규는 일본 진출설이 나돌 때부터 여기저기서 타격 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타격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듯한 자세로는 변화구와 유인구를 잘 던지는 일본 투수를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본통인 김성근 SK 감독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야구인이 똑같은 지적을 했다.
그러나 이병규는 요즘 한국에서와 똑같은 자세로 타격을 하고 있다. 1일 야후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시범경기 출전에 앞서 이병규는 오치아이 감독은 나의 타격 자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얘기해 준다라고 했다.
하긴 타격 폼에 관해서는 오치아이 감독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도 없다. 오치아이는 온 힘을 다해 밑에서 위로 치는 독특한 스윙을 구사했는데 1979년 일본 롯데에 입단했을 때 야마우치 가즈히로 당시 감독에게서 저런 타격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400승을 올린 전설적인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한국명 김전일)에게서도 혹평을 받았다.
그런 오치아이를 인정해 준 것은 1980년 롯데로 이적한 장훈이었다. 장훈은 그 자세 그대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조언했고 결국 오치아이는 통산 타율 0.311에 510홈런을 때린 대타자가 됐다. 선수시절 그는 어린이들은 제 자세를 따라하지 마세요라고도 했다.
현재까지 이병규와 오치아이 감독은 찰떡궁합이다. 이병규는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신다고 했다. 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헌재 un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