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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갓’이 대구 여고생 성폭행도 지시

입력 | 2020-05-13 03:00:00

2018년 말 도심서 성착취물 제작… 日메신저 추적 못해 한때 미궁에
갓갓 체포된뒤 순순히 범행 자백… 법원 “도주 우려” 구속영장 발부




텔레그램 ‘n번방’을 최초로 개설한 인물로 알려진 ‘갓갓’ 문모 씨가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구지법 안동지원을 나서고 있다. 안동=뉴스1

텔레그램 ‘n번방’을 최초로 개설해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제작·유포해온 ‘갓갓’ 문모 씨(24)가 12일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문 씨는 그간 일본과의 형사사법공조가 어려워 수사가 막혀 있던 1년 반 전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자신이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문 씨는 9일 경찰이 긴급체포한 지 사흘 만인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유치장에서 나오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문 씨는 경찰서에서 나와 법원으로 들어가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없었다.

하지만 문 씨는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오전 11시부터 약 30분간 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네, 인정합니다”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도 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곽형섭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 반경 “도망할 우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문 씨는 2018년 12월 대구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자신이 지시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모 씨(29)는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한 ‘성명 불상자’로부터 “17세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 내 노예인데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는 제안을 받고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A 양(16)을 만났다. 이 씨는 성명 불상자의 지시대로 A 양을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과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성폭행했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성명 불상자에게 보냈다.

이 씨는 A 양 가족의 고소로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가 촬영한 성 착취물은 n번방에서 처음으로 유통됐다. 이를 감안하면 해당 성명 불상자는 ‘갓갓’ 문 씨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경찰은 추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씨와 대화가 오간 메신저는 일본에 본사를 뒀는데, 경찰이 법무부를 통해 두 차례나 ‘성명 불상자’의 가입 정보와 접속 기록을 요청했지만 회신이 없었다. 경찰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씨를 찾아가 면담 조사까지 벌였지만 추가 단서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문 씨는 뜻밖에도 9일 긴급체포된 뒤 A 양 사건을 자신이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이전까진 ‘나는 갓갓이 아니다’라고 부인해왔던 것과 달리 급격한 태도 변화였다. 경찰 관계자는 “문 씨가 경찰의 방대한 수사기록을 보고 범행을 시인한 뒤 선처를 호소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이번 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문 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또 다른 성 착취물 공유방인 ‘주홍글씨방’과 ‘완장방’에서 성 착취물 수백 건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A(대화명 ‘미희’·25)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소연 / 안동=명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