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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 개정 반대’ 앞장섰던 日석학 별세

‘평화헌법 개정 반대’ 앞장섰던 日석학 별세

Posted January. 15, 2019 07:52,   

Updated January. 15, 20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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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 따라 나는 학문의 방법을 배웠다. 학문에는 우선 ‘의심’이 필요하다. 그 의심은 지금까지의 통설에 대한 깊은 회의다. 그 같은 긴 의심의 끝에 직관적으로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내게 된다.”

 일본의 고대사 연구자이자 철학자로 ‘평화헌법 개헌’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우메하라 다케시(梅原猛·93·사진) 씨가 12일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고인은 통설을 뒤집는 독창적인 이론으로 일본 고대사 분야에 대담한 가설을 전개해 ‘우메하라 고대학’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1972년 나라(奈良)의 고사찰 호류지(法隆寺)와 관련해 쇼토쿠(聖德) 태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가 숨진 뒤 위령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편 ‘숨겨진 십자가―호류지론(論)’이 대표적인 예다.

 역사뿐 아니라 철학과 문학 종교 등 폭넓은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1980년대 전반에는 일본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중심 기관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와 직담판해 1987년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젊은 시절 징병돼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어 자위대의 해외 파병과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전력과 개전권 보유 금지)의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등 다른 석학 8명과 함께 헌법 9조 저지를 목표로 한 모임 ‘9조의 회’를 만들기도 했다.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구상회의 특별고문으로 일했다.

 센다이(仙臺) 출신으로 교토(京都)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소장과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 교토 시립 예술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서영아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