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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녹아 있는 눈 이야기

Posted December. 01, 2018 08:41,   

Updated December. 01, 20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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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은 첫눈이라 연습 삼아 쬐끔 온다/낙엽도 다 지기 전 연습 삼아 쬐끔 온다.’(신현득의 ‘첫눈’중)

 지난 주말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신현득의 첫눈처럼 ‘쬐끔’ 온 게 아니라 폭설이 내렸다. 무려 8.8cm가 쌓이면서 적설 관측이 시작된 1981년 이래 가장 많은 눈이었다. 이준관의 시처럼 이제 공인된 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겨울철 눈 내리는 기압 패턴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보하이만에서 발생한 기압골이 중부지방으로 지나가는 형태, 둘째, 강력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서쪽으로 확장하면서 충청 서해안 및 호남지역에 내리는 폭설, 셋째, 고기압이 동쪽으로 확장하면서 내리는 동해안 폭설, 넷째, 중국 화남지방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북동진하면서 내리는 대설 형태다.

 조상들의 날씨 속담을 보면 감탄할 때가 많다. 기상학적 원리에 맞아떨어지면서 삶의 지혜와 해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겨울밤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으면 머지않아 눈이 온다.’ 중부지방에 전해져 오는 속담이다.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 우리나라는 맑다. 그러나 겨울에는 이동성 고기압 뒤에 기압골이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로 이동해 온다. 현재 맑은 날씨라면 그 다음 날에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눈이 내린다는 속담으로 기상학적 근거가 있는 속담이다.

  ‘산이 울면 눈이 내린다’는 속담은 호남지역에 전해져 온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한반도로 세력을 확장하면 우리나라는 추위와 함께 강한 바람이 찾아온다. 이 바람이 서해의 습기를 머금고 차령산맥이나 소백산맥을 넘을 때 ‘우우웅’ 하는 울음소리를 낸다. 산이 울기 시작한 후 5, 6시간 후에는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충청, 호남 서해안 지역에 내리는 지형성 눈으로 폭설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겨울 남동풍이 불 때는 먼 길을 삼가라’는 속담은 동해남부지역에 전해져 온다. 동쪽으로 빠져나간 고기압의 바람이 남동풍으로 들어올 때는 동해남부지방에 폭설이 발생한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 먼 길을 가다가 큰 눈을 만나면 낭패를 볼 수 있었다.

  ‘눈 오는 날 거지 빨래한다’는 속담은 남부지방에 전해져 온다. 화남지방에서 기압골이 발생하여 북동진하는 경우 남풍이 유입되기에 무척 따뜻해진다. 옷이 한 벌밖에 없는 거지가 빨래를 할 정도로 포근한 날이라는 뜻이다. 1년에 평균 한 번 정도 이런 기압 배치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눈은 희고 밝고 곱고 건강하고 긍정적이다. 그해 첫눈을 받아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했다. 첫눈으로 살갗을 문지르면 희고 부드러워진다고 알았다. 첫날밤에 눈이 내리면 평생 금실이 좋다고 믿었다. 첫눈 세 번 받아먹으면 감기를 앓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시인들이 첫눈을 유독 많이 노래하는지도 모르겠다. ‘왜 첫눈이 오는 날/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아마 그건/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정호승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