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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 강한 펜…정치적 억압 맞서 독재의 모순 폭로

칼보다 강한 펜…정치적 억압 맞서 독재의 모순 폭로

Posted August. 16, 2018 08:17,   

Updated August. 16, 20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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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니아는 지리적으로 서양과 아시아의 중간에 있는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로 강대국의 세력 다툼과 종교 갈등에서 희생의 제물이 돼 끊임없이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더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스탈린, 마오쩌둥식 사회주의를 택한 알바니아에서 국민들은 독재에 시달렸다.

 카다레의 작품은 이런 정치·문화적 환경에서 생성됐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그의 작품은 알바니아 민족의 특성을 나타내거나(‘돌의 연대기’), 그리스 고전문학 못지않은 서사전통이 자신의 민족정신에 있음을 보여주고(‘부서진 사월’ ‘H서류’), 독재의 모순을 폭로하는 저항정신을 그린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카다레는 특히 정치적 억압을 고발하는 작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알바니아에서 시행된 사회주의는 절대주의 왕권처럼 인민을 다스렸다. 처음에는 스탈린식이었다가 스탈린이 사망하고 소비에트의 봄이 시작되자 마오쩌둥주의를 택했다.

 카다레는 통치자가 인간의 의식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지했다. 소설 ‘꿈의 궁전’에서는 절대 권력자가 국민 한 명 한 명의 의식세계 내부까지 침투해 불순한 생각을 지닐 경우 그 사람을 반체제 혹은 반체제 가능성의 인사로 간주해 제거한다. 국민은 자신의 꿈을 보고해야 하고 비밀조직은 그 꿈을 해석하고 관장한다. 미래세계를 묘사하는 공상과학(SF)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광기의 풍토’는 한국인이라면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다. 해방공간에서 숨어 있던 사상가, 행동가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이들은 좌파와 우파로 갈라지고, 다시 그룹이 나뉘어 형제마저 싸움에 휘말리는 백화만방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아가멤논의 딸(사진)’과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독립된 작품이지만 전후편인 듯하다. ‘아가멤논의 딸’은 권력자의 딸이 아버지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신분이 낮은 남성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는 이야기로, 마치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니아가 아버지의 트로이 원정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희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가…’는 권력 싸움에서 2인자가 결국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제거되는 내용이다.

 독재국가는 결코 문을 열지 않는다. 개방하면 독재체제는 붕괴되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선전한다. 알바니아도 국경을 철저히 폐쇄했다. 카다레는 자신의 작품을 은밀히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 독일문학 번역 작품을 다른 나라에서 출판하려는 것처럼 가장해 프랑스로 작품을 가져가도록 했다. 작품을 받은 프랑스 지인은 금고 깊숙이 이를 보관했다 출판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애서 유명해지기 시작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출판되고 있다. 그는 해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동유럽이 개방되기 직전 그는 프랑스로 망명해 살고 있다.

 최근까지도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적인 권력기구가 존재한다는 건 작가 카다레의 작품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인류의 자유사상은 역사와 함께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